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를 열어나가겠다"며 4대 국정기조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을 제시했다. 또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100일 평가는 아직까지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
박근혜정부의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밖으로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단거리 발사체 발사,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북한과 대치상황이 고조되고,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가 뚜렷해지는 등 도전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안으로는 인사 실패, 정부조직법 개편 갈등, 북한의 지속적 도발위협,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집권 초기부터 악재가 겹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말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한 오찬에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며 "5년을 이끌 기본 틀을 만들고, 또 북한문제도 있고 해서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 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서도 박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성과와 국민행복기금 출범,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국민 생활 안전 강화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안보·외교정책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으나, 인사 난맥상과 불통 논란을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북정책에서 안정감 있는 스탠스를 취한 것 외에 눈에 띄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집권 초반에는 공약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시스템 구축에 실패해 분위기가 흐트러졌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조직법 갈등으로 지각 출범, 장ㆍ차관급 고위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사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이 성과의 많은 부분을 퇴색시킨 만큼 지금은 공약 이행을 위해 내실 있는 준비를 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입법 통과를 앞두고 여야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주 중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와 3자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 초기 정부조직법를 둘러싼 여야간 갈등을 청와대가 매끄럽게 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후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는 물론 국회 상임위 야당 간사들까지 초청해 간담회를 열면서 소통에 주력했다. 또 지각 출범한 만큼 당·정·청 정책라인을 풀가동해 국정과제 이행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공약한 국민대통합위원회, 청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3개 위원회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으로 본격 출범한다.
◇외교·통일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위협 속에서 미국을 방문해 양국 정상의 대북 공조를 확인하고,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미국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해법에는 뚜렷한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박 대통령은 연일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강경발언을 거듭하면서 '북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병진 불가론을 북한 쪽에 발신하고 있다. 이는 대북 경색을 불러온 이명박 전임 정부의 '선(先) 비핵화론'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대로라면 임기 5년 내내 남북관계는 평행선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지난달 31일 오찬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북핵문제는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미국과의 '줄타기 외교'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최고의 동맹인 미국의 이해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후속 협상을 통해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과 전시작전권의 한국군 이양문제 등 첨예한 사안을 풀어가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 역시 박 대통령의 녹록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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