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해외 판매법인을 통해서 제품을 수출해 왔던 A사는 실무편의상 내국신용장에 의해 국내 판매법인을 통한 수출 비중을 점차 늘리기로 했다가 고민에 빠졌다.
동일한 수출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판매법인을 통한 수출만 일감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법령 때문이었다. A사 관계자는 “수출업무를 하는 판매법인의 소재지에 따라 과세 대상에서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정식 신고·납부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일감주기 과세제도가 업계 현실을 무시한 조항이 많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지난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매출액 기준 200대기업(112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상증세법상 일감주기 과세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A사처럼 같은 수출이라도 해외 소재법인을 통하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국내 소재법인을 통하면 과세대상이 되는 점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무편의와 효율을 위해 국내 소재 판매법인을 통해 수출을 할 경우도 많은데 법인의 소재지에 따라 과세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상품 수출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용역 수출은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앱 개발을 주업으로 하는 B사는 앱 특허 사용 로열티를 주된 수익으로 하고 있는 업체. 완성품 업체가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것은 수출장려 차원에서 일감과세 대상이 아닌데 스마트폰 앱 특허를 해외에 임대할 경우에는 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세금을 내야 한다.
B사측은 “수출확대를 목적으로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용역 수출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며 “용역 수출도 일감과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답 기업들은 상증세법상 일감주기 과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상거래비율의 획일적 규제를 들고, 업종별로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거래 비율’이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중 일감주기 거래로 보지 않는 비율로 상증세법 시행령에는 30%로 일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거래분부터는 30%의 2분의 1 초과분을 기준으로 증여의제이익을 계산한다.
업종 특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상거래비율을 30%로 일률 규정함에 따라 여러 불합리한 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상증세법에서는 업종을 고려해 정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이를 지키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은 업종별 특성 미반영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42.3%)했으며, 우선적 개선과제로서도 정상거래비율 상향 조정(33.4%)을 가장 많이 제시했다.
예를 들어 시스템통합전산(SI) 업종의 경우 C그룹은 보안문제로 그룹내 SI업체가 그룹 계열사들의 인사, 재무, 회계 등 그룹의 핵심 보안사항에 대한 경영관리시스템 구축 및 유지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일감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외부와 거래할 경우 그룹의 경영 관련 사항의 보안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동차 업체인 D사는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그룹내 계열사인 E사로부터 대부분의 관련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데, E사는 이 분야에 독점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로 인해 E사 제품의 탁월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B사는 E사와 거래를 한다는 이유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전경련은 SI업종을 비롯해 특별한 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업종에게는 정상거래비율을 현재의 30% 보다 크게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상근 전경련 상무는 “기업들이 실제 일감과세 실무를 하는 과정에는 불합리한 경우가 많이 발견됐다”면서, “앞으로도 전경련은 제도의 현실적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개선안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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