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언론은 청와대가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전직 국회의원을 거래소 이사장에 내정했다고 전했다. 거래소 측은 즉각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간 상황을 보면 개연성이 충분하다.
지난 2009년 이정환 전 거래소 이사장이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증권업계에는 MB정부가 이 전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유는 정부가 추천한 인사를 제외시키고 거래소가 이 전 이사장을 추대했다는 것. 따라서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낙하산 인사의 폐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불통’이다. 이로 인해 조직원의 사기도 떨어뜨릴 수 있다. 학연, 지연, 혈연에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 인사가 조직을 맡게 되면 그 조직은 각종 이권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새 정부가 거래소 이사장에 박근혜 대통령 측근을 내정한 게 사실이라면, 정부는 이번 주까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는 절차를 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새 정부가 전 정권의 색깔을 빼기 위해 측근 인사를 심는 것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일이다. 올해 거래소는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 시장을 비롯해 새 정부와 여러 과제를 추진해 나가야하는 만큼 호흡조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힘’있는 인물이 오면 거래소 위신을 높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계속 문제가 불거진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다시 정부의 힘을 관철시키겠다는 논리는 그동안의 비난을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모습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새 정부는 불통 인사란 오명을 안고 있다.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거래소를 건실한 조직으로 키우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입’보다 ‘귀’를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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