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팔면 팔수록 손해예요."
최근 중국인의 대표 식자재인 돼지고기 값이 약 16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양돈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사료값은 오히려 급등해 농가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한 중소 양돈농가 관계자는 현지 매체 36kr에 "사료·백신·인건비 등을 포함해 250근(약 125kg)짜리 돼지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약 1400위안(약 30만원)이 들지만, 현재 판매 가격은 900~1000위안(약 20~22만원)에 불과하다"며 "마리당 400~500위안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진시황 통일 이후 가장 싼 돼지고기"
생돈(도축 전 살아있는 돼지) 가격 폭락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달 첫째 주 전국 생돈 가격은 kg당 10.4위안으로, 전년 대비 31% 이상 급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2010년 이후 16년 만의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학자 류샤오보는 한발 더 나아가 "'일반인이 월 소득으로 살 수 있는 돼지고기 양' 기준으로 보면 현재 가격은 진시황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모델을 사용해 통계치를 분석한 결과, 과거에는 서민이 한 달 소득으로 100근 사기도 어려웠지만, 현재 평균 월소득(약 3600위안) 기준으로는 약 300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생돈 가격이 사육 원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양돈 업계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국 최대 양돈기업 무위안은 3월 생돈 판매량이 675만1000마리로 전년 대비 2.65% 감소했고, 매출은 86억600만 위안으로 32.73%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kg당 평균 판매가는 9.91위안으로 30.7% 하락한 반면, 사육 비용은 kg당 11.6위안에 달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대기업 상황이 이 정도라면 중소 농가는 더 어렵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자돈(새끼돼지)을 사육해 출하하는 방식의 경우 마리당 약 462위안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양돈 산업이 '혹한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경기와 돼지고기의 상관관계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둔화다. 중국인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년째 감소해 지난해 26.6kg에 그쳤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농민공 등 주요 소비층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식습관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름진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나 해산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육류 소비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2.1%에서 2025년 57.9%로 낮아졌다.
반면 공급은 오히려 늘었다.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 발발 이후 돼지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산업 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한 대규모 '아파트형' 스마트 양돈장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첨단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된 것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쓰촨성에만 64개의 아파트형 돼지농장이 지어졌다.
사육원가 70% 사료…콩 대체 발효사료↑
돼지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드는 비용의 약 70%는 사료비가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더해 중동 전쟁까지 겹친 가운데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으며 부담은 더 커졌다.
발개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주량비율(猪粮比价)'은 4.16대 1로, 8주 연속 5대 1을 밑돌았다. 주량비율은 돼지고기 가격과 사료용 곡물 가격 비율인데, 통상 6대 1 미만이면 축산업 적자의 경고 신호로 간주된다.
이에 최근 업계는 전통적 사료인 대두박을 대체할 발효 사료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곡물 껍질, 농업 부산물 등을 활용한 발효 사료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무위안 역시 대두박 사용 비중을 6년 전 10%에서 7.3%까지 낮췄다. 무위안의 경우, 현재 돼지사료에서 사용하는 대두박 비율을 6년 전 10%에서 7.3%까지 줄였다.
FT에 따르면 발효 사료는 현재 중국 산업용 사료의 약 8%를 차지하면서 2022년(3%) 대비 크게 늘었다. 업계는 발효 사료 비중이 2030년까지 15%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출혈경쟁'…당분간 가격 반등 어려워
'돼지 가격 하락기'를 이겨내기 위해 기업들은 해외 진출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무위안이 지난해 베트남에 연간 약 160만 마리 돼지를 수용할 수 있는 '돼지 아파트'를 건설하기로 계획한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단기간 내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냉동 돼지고기 비축 물량 확대, 번식용 암퇘지 감축 권고 등으로 수급 조절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공급 측면의 조정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번식용 암퇘지 사육 두수는 3961만 마리로, 여전히 정부 권고 수준(3900만 마리)을 웃돈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에도 대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하락은 경기 둔화, 산업 구조 변화, 소비 패턴 전환, 외부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당분간 돼지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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