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이 대화 모드로 선회할 것이란 기대심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사실상 녹록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지난 9일 열린 남북 실무급 회담에서 드러났다.
우선 남북 양측은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을 의제조차도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전략 다른 南北‥어떤 카드 내놓을까
실무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지난 10일 "합의하기 쉽고 의견절충이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남측은 "쉬운 것부터 먼저 단계적으로 하자"는 '선이후난(先易後難)'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먼저 신뢰를 쌓은 뒤에 이를 바탕으로 큰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부터 먼저 합의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 등으로 단계적으로 접근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남측보다 더 많은 현안을 포괄적으로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측 발표문에는 우리와 달리 6·15 및 7·4 공동선언 및 성명 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민간 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등도 추가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 적대시 정책' 폐지 등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개성공단 문제 두고 공방 치열
우리 입장에서 가장 관심은 개성공단 문제다.
특히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가 시급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이번 사태가 초래된 만큼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쉽게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도 조기 정상화를 바라겠지만 4월 이전 상태로 단순히 돌아가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여부가 관건
이산가족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합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접근법도 양측이 다를 수 있다.
북한이 가족 상봉 정례화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8·15 또는 추석 등을 계기로 상봉행사를 갖는 것 외에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도록 상봉 정례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인도적 문제인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자신들의 다른 주장을 일괄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카드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난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8년 7월 박왕자씨 사망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사건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광객 피격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책 마련과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먼저 요구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문제는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조치 시행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떤 스탠스를 정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北 '5·24 해제' 요구 vs 南 '비핵화 촉구'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 공동기념 행사, 민간 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등은 난항이 예상되는 현안이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를 이용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남측이 원하는 대로 손쉬운 것부터 하나씩 합의를 하기보다는 이산가족, 개성공단, 금강산 등의 현안과 이것들을 패키지로 묶어 일괄적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 왕래와 접촉 등은 5·24조치 해제와 맞물려 정부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남북 당국회담에서 채택될 공동 문서에 비핵화 문제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가 발전되려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