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만든 증권계좌 자금이체 불가…甲(은행)의 횡포?

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은행에서 개설된 증권계좌에서는 타인 계좌에 자금이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이같은 내용을 계좌 개설시 고객에 알리기를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이 여전히 증권사를 상대로 '갑'의 위치에 있어 이같은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김용재 고려대 교수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실명제 정책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가 은행에서 개설한 증권계좌에서는 타인 계좌로 자금이체를 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이는 은행 개설 증권계좌의 경우 별도의 실명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주식거래를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은 증권사 또는 은행의 창구에서 직접 개설하거나, 증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개설할 수 있다.

증권사 창구에서 개설한 계좌는 개설당시 실명 확인을 마친 만큼 언제든지 계좌이체가 가능하지만, 은행에서 개설한 증권계좌는 연계(가상) 계좌 개념이 적용돼 타인에게 송금할 때마다 추가로 실명확인이 필요하다.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은 대부분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증권사들이 가입 약관에 이같은 사실을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고 은행들도 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어서다.

B증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계좌 개설시 소비자에게 이 계좌는 타인에게 자금이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는 증권계좌를 두고 그동안 대립을 계속해 왔다. 지난 2005년 증권사와 은행은 은행이 받는 관리수수료 규모가 정당한가를 두고 이견다툼을 벌였다. 작년에는 은행들이 일부 증권사를 대상으로 연계계좌 유지 및 관리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금융투자업계가 거세게 반발한바 있다.

문제는 은행에서 증권계좌 개설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증권사가 은행 결정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은행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게 금전적 측면에서 이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계 계좌는 증권사에서 직접 개설한 계좌보다 거래 수수료가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 계좌의 경우 지점 영업직원 투자자문 등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은행연계 계좌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또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지점을 줄이고 있는 점도 은행 계좌 개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다. 작년 증권사 지점 수는 1768곳에서 올해 3월 1590곳으로 10.1%(178곳) 감소했다.

지점이 없는 온라인 증권사는 은행에서 계좌개설 비중이 100%에 가깝기 때문에 계좌개설 대행업무 기간을 연장할 때마다 갈등을 빚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