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중국은 더 이상“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특히 만만한 시장도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세계의 연구소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천명했고, 기업들은 혁신으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달라진 중국 경제의 위상을 다섯 가지 사자성어로 분석했다.
◆외국기업은 토사구팽(兎死狗烹)
중국은 개방초기 ‘초국민대우’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외국자본을 유치했다. 외자기업은 수출의 반 이상을 책임졌고 중국의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외자기업 수출 의존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외자기업의 수출액은 2007년 6958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조158억50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국가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1%에서 49.6%로 7.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이는 중국정부가 수년 전부터 ‘선별적인 외국인 투자’를 강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된 ‘내·외자기업 세제 일원화’로 외국기업에 대한 보편적 세금혜택은 점차 작아졌고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줄었다. 자국기업 육성 대한 중국정부의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공수출 비중 감소, 자급자족(自給自足)
중국의 가공수출액 역시 줄어들고 있다. 가공무역은 원자재나 반제품을 가공해 재수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7년 2046억3000만달러였던 가공무역 수출액은 지난해 1833억7000만달러로 감소했으며, 중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8%에서 8.9%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가공무역 비중 감소는 단기적으로는 주요 수출시장의 경기부진 등 완제품 수요 감소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산업고도화에 따른 현지 부품조달 증가로 반제품을 수입할 필요성이 줄어들며 가공무역 비중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에게는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2012년 6월 기준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은 약 73.2%에 달하며 최종재 수출이 25.5%, 1차 산품은 1.3%에 머물렀다. 한중간 끈끈한 분업구조는 비약적인 대중 수출 증가의 기반이었으나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출 1위 품목 최다보유, 유아독존(唯我獨尊)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수출 1위 품목수(HS코드 6단위 기준)는 2002년 787개로 미국(884개)과 독일(808개)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4년 미국을 제치고 2위로 부상하더니 1년 뒤에는 독일을 넘어선 뒤 지금까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2011년 기준 1위 품목수는 1431개로 독일(777개)의 약 1.8배, 미국(589개)의 약 2.4배나 앞서고 있다.
1위 품목의 비약적인 증가는 중국이 농산물, 노동집약적 산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음을 뜻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중국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첨단품목 수출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STI Board) 분류기준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첨단산업별 수출액을 보면 2002년 양국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11년에는 부문별로 5.3~21배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특히 항공우주장비의 경우 2002년에는 한국이 2배 가량 많았으나 현재는 중국이 월등히 추월한 상태다.
여전히 중국산은 저가의 저품질 공산품일 것이라는 한국인의 선입견에서 달라진 모습이다.
◆국제 특허수 한국 추월, 창조강국 괄목상대(刮目相對)
특허수를 봐도 중국의 첨단산업화를 알 수 있다. 중국이 매년 출원하는 국제 특허수는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0년 한국을 추월했다. 2007년 70654개를 출원해 세계 4위에 올랐던 한국은 지난해 1만1848개로 5위로 내려 앉은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7위(5455개)에서 4위(1만8627개)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3906건)로 하루에 10개 이상의 특허를 쏟아내고 있다.
전경련은 이런 성과는 지난 후진타오 정부에서 제11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2006~2010년)에서 주창한 ‘자주창신(自主創新)’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연구개발(R&D) 투자를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5%선에서 2.5%이상으로 확대하고 대외 기술의존도를 30% 이하로 감소하며, 특허출원 세계 5위내 진입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예산을 늘리고 전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2011년 기준 중국의 R&D 투자액은 전 세계 R&D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결과가 수출 점유율 1위 품목 수, 첨단품목 수출 비중, 국제특허 등록수 등의 지수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국이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전략산업분야가 우리와 많은 부분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우리나라가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내준 26개 품목 중 12개를 중국이 가지고 갔다. 또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한 61개 가운데 13개 품목에서 중국이 2위에 올랐다.
전경련은 우선적으로 자체적인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우리가 중국보다 비교우위인 분야인 상용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우리기업들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우리기업들도 중국 내수시장과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새롭게 짜야할 것”이라며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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