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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중국 공업정보화부 홈페이지) |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중국 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통신 및 소프트웨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 부처 장관을 만나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삼성전자가 중국 내 집중 견제를 뚫고 실적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중국으로 출국한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과 만났다.
하루 뒤인 21일 이뤄진 류옌둥 부총리와의 면담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면 먀오 부장과의 회동은 실질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비즈니스 미팅의 성격이 짙다.
산업, 정보통신, 에너지, 중소기업 정책 등을 담당하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국내로 따지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를 겸하고 있는 공룡 부처다.
먀오 부장은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의 중학교 동창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차세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이 부회장은 먀오 부장과 삼성의 중국 내 사업영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통신 및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베이징과 상하이, 다롄, 난징 등 13개 도시를 중심으로 1800억 위안(32조4000억원)을 투자해 4G 이동통신망인 TD-LTE 기지국을 20만개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 5G 이동통신 기술의 연구개발과 인프라 시스템 개발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단말기와 기지국 설비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의 자국 기업 우대 방침으로 삼성전자 등 외국계 기업들은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부문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육성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규제 장벽을 뚫고 중국 시장에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지난해 2조5000억 위안(450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국내 기업들의 진출은 더디다. 반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전자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이 중국 U시티 사업 등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에 성공할 경우 중국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중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전기차 사업도 양측이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분야다. 중국이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둥펑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기도 했던 먀오 부장은 취임 이후 전기차 사업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I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는 견제를 완화하기 위한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와 업계의 시각은 이중적이다.
70억 달러가 투자되는 시안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중국 스마트폰과 가전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중심으로 한 12개 부처는 지난 1월 '9개 중점사업 인수합병 가속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매출 1000억 위안(17조원) 이상인 전자업체를 현재 3개에서 8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표면적으로는 제조업 분야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는 게 주요 목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삼성이 중국 현지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중국 사업 챙기기에 힘을 쏟고 있다"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는 중국에서 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영 행보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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