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가전 접근성 제도 도입은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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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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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제가 쓰는 스마트폰입니다. 시각 장애인용 폰이냐구요? 아닙니다. 아이폰인데 설정에 가면 소리가 나게 기능이 돼 있어요. 가전 접근성 포럼의 목적은 특별한 사람을 위해 만든 제품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사서 설정을 바꾸거나 조작을 하면 장애인도 편하게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죠."

24일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가전 접근성 제도 도입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시각장애인 하성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국장의 말이다.

최근 '가전 접근성'이 가전업계에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혁신적인 가전제품이 나오면서 일반인의 사용 편익은 커지는 반면, 장애인이나 고령자는 오히려 과거에 비해 제품 사용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전 접근성 포럼이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접근성 문제로 이용 불편을 겪는 장애인과 고령자는 797만명(2010년 기준)으로 총 인구의 16.4% 정도로 추산된다. 제품 사용의 제약이 큰 중증장애인은 약 100만명(등록장애인 252만명의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 접근성 제도 도입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도 내년부터 휴대전화와 인터넷TV 분야에서 소외계층을 고려한 접근성 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가전 접근성이 이미 제도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스크린터치·스크린용 키보드는 1980년대 장애인을 위해 사용되던 기술"이라며 "가장 불편한 소비자인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지금은 미국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1870년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청각장애를 가진 아내를 위해 보청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전화기를 발명하게 됐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장애인 편의성 증대를 위해 개발한 기술과 정책적 지원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가전 접근성 포럼이 관련 정책 제정과 기술 발전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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