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12년째 표류해 온 우리금융그룹 민영화가 다음달 4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열쇠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조기 매각’에 방점을 찍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 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매각 추진에 있어 부딪칠 노조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 '조속한' 민영화에 초점…강력한 의지에 시장 기대도 상승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민영화의 3대 원칙이 명시돼 있다. 앞서 세 차례 민영화 시도가 실패한 데 대해서는 이 같은 3대 원칙을 고스란히 지켜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공자위는 ‘조기 민영화’를 최우선 순위로 끌어올렸다. 하루 빨리 시장에 돌려줘야 우리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선택한 방식이 ‘자회사 분리매각’이다. 자회사별로 우선 매각해 지주사의 규모를 줄인 후 남은 자회사 및 지주의 매각 가능성을 높인다는 시나리오다.
일괄매각 방식은 유효경쟁이 어려운 데다 2, 3차 매각 당시 실패한 전례가 있다. 지주사 분산매각(블록세일) 방식 또한 공적자금 회수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점과 시간이 3~5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배제됐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이 소유한 지방은행은 지방은행 금융지주사들이 이미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개별 매각해도 흥행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이다.
인기가 높은 우리투자증권에 우리자산운용과 아비바생명, 저축은행 등을 묶어 팔기로 한 점도 비인기 계열사의 매각 표류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공자위의 설명이다.
다만 덩치가 큰 우리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가능성을 타진하기에는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민영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에서 민영화 성사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과 민영화 자체가 호재라는 분석이다.
민영화에 임기를 맞춘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과 그가 보여준 조직 슬림화 등 민영화를 위한 준비태세 등도 민영화에 긍정적인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아직 평가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우리금융 매각이 지연되면서 자산가치 및 영업력 저하 등의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조기 민영화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자회사 분리매각 외에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공적자금 100% 회수 쉽지 않아…노조·지역 반발 등 난항 요인도 산적
문제는 낮아진 주가로 인해 공적자금을 100%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까지 우리금융에 지원된 공적자금은 12조7663억원이다. 회수된 금액은 5조7497억원(45%)으로 지원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현 주가를 고려하면 정부 지분은 4조6000억원 가량이다. 우리금융의 주가는 26일 현재 1만400원이다. 이미 회수한 금액을 합쳐도 10조원을 간신히 넘는다. 예보 지분 56.97%를 팔아도 원금 회수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일괄매각 방식과 분리매각 방식에 대해서 공적자금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얻었다”면서 “자회사 분리매각을 하게 되면 시장에서 원하는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핵심은 시장이 원하는 것과 실현 가능성”이라고 못 박았다.
윤석헌 교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예전에도 우리금융의 주가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매각을 미뤄오면서 결과적으로 주가는 더 떨어져왔다”면서 “주가 상승을 마냥 기다리면서 앉아있다가 민영화를 또 놓치면 거기서 오는 타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눈앞에 당장 닥친 장애물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을 둘러싼 지역 정서의 충돌과 노조의 반발 등이다.
이미 각 지역에서는 ‘지역에 지방은행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지역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대 지역으로 해당 은행이 넘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물밑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조합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방안에 대해 우리은행 노조는 침체된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졸속 민영화를 위해 내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정해둔 것은 완벽한 관치금융이란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번 분리매각 방안은 공적자금 회수는커녕 6조~7조원의 손해를 보는 방안이며 민영화 3대 원칙을 고스란히 무시한 것"이라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상급단체와 협의해 대정부 투쟁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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