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서울광장> 갑(甲)과 을(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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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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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승훈 기자=갑(甲)과 을(乙)의 관계를 두고 우리 사회가 연일 시끄럽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수평적이지 못한 이 구조의 단골 메뉴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대리점주를 향한 본사의 밀어내기 횡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되기는커녕 관련 업계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 연예병사의 군기문란 행위가 발생하자 일각에서 '일반병사 을, 연예병사 갑'이란 말까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 서울시와 기초자치단체인 자치구(區) 간 갑과 을의 논쟁이 한창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말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무상보육비를 둘러싸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당시 박 시장은 서울시의 추경 반영이 어렵다며 "지자체의 추경 편성을 조건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갑의 을에 대한 횡포"라고 전했다고 한다.

강남구 신연희 구청장은 관내 대규모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의 개발방식을 놓고 서울시에 불편한 심기를 종종 드러낸다. 지난 1일에는 '강남구청장의 해명'이란 제목의 배포자료에서 "갑·을 사이의 장벽이 너무 높아 그간 뵈올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다"고 글의 첫머리에 적었다. 그간 수차례의 면담 요청이 성사되지 않은 데 따른 서운함을 넘어 상대를 비꼬는 듯 비쳐진다.

개념상으로는 수평적 상태인 서울시와 인천시 사이에도 갈등이 있다.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과 관련, 앞서 송영길 인천시장은 "(서울시는) 각종 폐기물 종류별로 부담금을 부과하면서도 별도의 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는 것은 횡포"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갑과 을의 관계는 분명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다만 석연치 않은 것은 둘의 사이에서 언제나 을이라는 입장이 불만을 토로한다는 점이다. 반면 갑은 어떤 형식으로든 대응하기는커녕 묵묵부답, 다시 말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처럼 입장차가 나는 상황에서도 매번 해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상생이다. 서로 도와 잘 먹고 잘 살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봤을 땐 상생은 그야말로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자체 또는 지자체간 협력 역시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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