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윤태구 기자=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이 한국 기업의 중국 서부지역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까지 시안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2곳이 모두 시안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동반 진출이 성사될 경우 협력사 수백개가 시안에 자리를 잡게 돼 중국 동부연안을 뛰어넘는 경제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 시안을 직접 방문해 서부 내륙지역 공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해당 지역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중앙정부와 산시성 정부도 행정편의와 세금감면, 인프라 개선 등의 혜택을 약속하며 한국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시안, 중국 서부 대개발 사업 중심으로 급부상
중국의 과거를 알려면 시안을,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을, 미래를 전망하려면 상하이를 가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최근 더 먼 미래를 내다보려면 시안을 주목하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중심이 상하이를 비롯한 동부 연안지역에서 서부 내륙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시안은 중앙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시안 반도체 공장은 중국 서부 대개발 정책을 상징하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현대차의 시안 진출까지 이뤄질 경우 서부지역 거점도시의 지위를 놓고 다투던 충칭과 쓰촨성 청두를 완전히 따돌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 건설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시안으로 향하는 한국 기업 수도 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160여개의 협력사가 현지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추진 중인 중국 제4공장 설립지역으로 시안이 낙점될 경우 비슷한 수의 협력사가 추가 진출할 수 있게 돼 시안을 중심으로 거대한 한국형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
지난주 중국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도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산시성이 중국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은 산시성을 중심으로 중국 서부지역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기업 투자유치에 올인
시안은 베이징,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교육도시 중 하나로 37개의 대학교와 3000여개의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한국 기업이 실전형 인재를 유치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시안에 반도체 공장과 함께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설립키로 하는 등 시안을 제조와 연구개발(R&D) 역량이 결집된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한 산시성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한국 기업을 매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부지를 고르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12월 시안을 방문한 뒤 300여개의 개선사항을 제출했다. 산시성 정부는 불과 이틀 만에 개선안을 마련했다.
또 지난해 초 2차 방문 후 제시한 400여개의 개선사항은 3일 만에 해결됐다. 산시성 정부는 이를 위해 7개 전담조직을 가동했을 정도다.
지난해 4월 공식 계약이 체결되자 산시성 정부는 5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 설립 부지를 보세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승인받고 본격적인 감세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에 걸쳐 "반도체 설립 지역으로 시안을 낙점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산시성 정부의 적극성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산시성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로우친지엔 산시성 성장은 현대차와 삼성전자 사옥을 잇따라 방문해 한국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에 대해 설명했다.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 시안에 부는 경제 한류 열풍
삼성전자의 시안 진출이 확정된 후 올해 들어 5월까지 시안과 한국 간의 수출입 규모는 3억4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6.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입액은 2억2800억 달러로 337.5% 급증했다.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협력사의 생산장비 구매와 현지 한국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 쓰였다. 현재 1000명 수준인 교민 수는 5년 내에 6000명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등 대기업 진출이 이어질 경우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시안은 한국에서 불어온 경제 한류 바람에 열광하고 있다. 이미 식당과 대형마트, 각종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현지 고용 창출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안에 진출한 한 한국인 사업가는 "시안 내 모든 상점 간판에 중국어와 한국어가 함께 쓰이고 있다"며 "협력사 수가 늘고 경제 유발 효과가 커지면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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