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꽃보다 할배' 방송 캡처) |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첫 회는 전국기준 시청률 4.15%(케이블 가입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통상 케이블 채널 시청률을 지상파와 비교할 때 3배 정도로 계산하기 때문에 12% 이상으로 볼 수 있다. 케이블TV 시청률의 성공 기준을 1% 이상으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괄목할 만하다.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한 꽃보다 할배는 평균 연령 76세 할배들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과 '젊은 피' 이서진이 함께 떠난 배낭여행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사실 프로그램 포맷은 신선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PD 자신의 전작 '1박2일'에서 보여 준 여행이라는 콘셉트는 그대로, 기간을 9박10일로 늘리고 출연진의 평균 나이를 올렸을 뿐이다. 용돈 개념의 여행 경비를 지급한다는 점 역시 똑같다.
그러나 연출계의 전설 송창의 PD가 한 강의에서 밝혔듯 "완전히 신선한 것은 없다, 껍질 하나만 벗기면 전혀 새롭게 보인다"는 말의 힘을 꽃보다 할배는 고스란히 보여 준다. 각자 주연급 노배우이기에 평소 한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연기 경력 50년이 넘는 대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 또 이들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는 사실이 주는 파격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이상 카메라가 두렵지 않고, 할 말 다하는 4명의 할배는 농익은 예능감을 발산한다. 매너 좋은 유재석이라면, 아무리 자신이 스타 MC라 해도 쉽사리 입에 담기 힘든 "쟤(이서진)가 아마 김정은이랑 사귀었지?" "정은이랑 공개 연애를 했지" 같은 말을 스타 이서진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 주시니 시청자들은 폭소할 수밖에 없다.
대선배와 스타 후배의 관계 속에서, 나름 한가닥씩 하는 성미와 유머감각 안에서 예상치 못한 웃음의 지점들이 탄생된 것이다.
(사진=tvN '꽃보다 할배' 방송 캡처) |
이서진도 제법 큰 시청자의 웃음보를 건드렸다. 먼저 제작진은 이서진을 대상으로 몰래 카메라를 시도했다. 이미 1박2일에서 이서진과 친분이 있었던 나 PD는 "걸그룹 소녀시대 써니와 포미닛 현아를 섭외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서진은 나 PD의 말에 너무 좋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써니의 진짜 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올해 마흔 두 살 이서진도 설설 길 수밖에 없는 대선배님들과의 여행.
"당황은 했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다"던 이서진이 자신을 속인 소속사를 원망하는 장면은 특히 압권. "한국 돌아가면 계약 끝"이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겠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프랑스에 도착한 출연진들은 가장 젊은 이서진을 선두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철 환승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한 이서진이 "잠깐만 기다리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이순재는 '진격의 순재'로 변신, 직진만 해 처음부터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이서진의 고생 끝에 한인 민박집에 도착한 백일섭은 "쉴 때는 촬영을 끝내자"며 "카메라를 끄지 않으면 발로 찬다"고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출연진들의 고생을 즐겨 온(?) 천하의 나 PD도 백일섭을 꺾지 못하고 카메라를 다 뗐다.
(사진=tvN '꽃보다 할배' 방송 캡처) |
'배낭여행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개념을 바꾼 꽃보다 할배를 본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재미있었다. 나도 여행이 마구마구 가고 싶어졌다" "요즘 대세는 역시 신선함인 것 같다. 잔잔한 내용인데 재미있다" "젊은 꽃미남, 꽃미녀들로 가득한 예능 프로그램에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시니 모든 면에서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웠다. 취침 전에 네 할배님들이 약 드시는 게 왠지짠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tvN 이덕재 국장은 "첫 방송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 시청자께 감사드린다.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훈훈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꽃보다 할배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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