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벤 버냉키 의장 발언이 증시 악재로 작용해 온 미국 조기 출구전략 우려감을 해소해 국내 증시 상승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3.44포인트(2.93%) 오른 1877.60으로 장을 마쳤다.
◆ 양적완화 시행시기 연기
지난 10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의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소 행사에서 “당분간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19일 그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경기 회복이 지속되면 양적완화 규모를 연내 축소하고 2014년에 중단하겠다”는 발언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당시 벤 버냉키 의장 발언 직후 거래일인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약 5.7% 하락했다.
이와 함께 6월 FOMC가 회의록을 공개되며 미국 조기 양적완화 우려도 상당 부분 낮아졌다. FOMC 회의록을 보면 절반 가까운 의원이 양적완화 축소를 지지하는 전제로 고용상황과 노동시장 전망이 개선돼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의원 수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오는 9월로 예상된 양적완화 정책 시행 시기가 미뤄졌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로 자극된 외국인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7거래일 만에 증시로 돌아와 2770억원을 순매수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중반 이후 국내 증시가 가장 우려하던 점은 달러 강세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었다”며 “이는 그동안 출구전략 속도와 비례해 글로벌 유동성이 달러가 아닌 자산에서 이탈될 것이란 게 불안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관종 NH농협증권 센터장은 “이제 올해 '뱅가드 펀드 이슈'(운용사 펀드 지수 변경 작업)까지 끝난 상황에서 한국 시장이 외국인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지가 지수 상승 관건”이라며 “양적완화 안도감이 내일(12일)장까지 이어진다면 장기적인 상승 국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중국 증시 부양도 호재
양적완화와 함께 그동안 국내 증시 악재로 작용한 중국도 이날은 호재였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과도한 경제성장률 하락과 불안정한 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은 중국 증시 부양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 변수는 여전히 중국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15일로 발표가 예정된 중국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1분기 GDP는 7.7%였으며 2분기 예상 GDP는 7.5%다.
전문가들은 오는 17~18일 벤 버냉키 의장의 미국 상하원 청문회, 같은 달 30~31일 FOMC 회의가 예정됐지만 이번 발언과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낮아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벤 버냉키 의장이 이번 달 두 차례 공식석상에 나가 이번 발언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며 “이제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아닌 중국으로 경기 부진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내주 15일 GDP 결과에 따라 또다른 증시 충격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6월 수출 실적이 17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고 수입 또한 감소했지만 이로 인한 증시 충격 강도는 낮았다”며 “중국 상해종합지수 밸류에이션 수준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갔고 하반기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 추가적인 악재흐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