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의 우승은 흔한 일이 됐다. 우리 선수들은 올해 열린 미국LPGA투어 16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했다. 두 대회당 하나꼴로 우승했다. 남자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올해 배상문이 1승을 거뒀다. 상반기 26주 가운데 절반 가량의 월요일에 골프담당 기자들은 손가락이 쥐가 날 정도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야 했다는 얘기다.
“한국선수가 우승하는 것은 신나는 일인데 그깟 일쯤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틀리지 않다. 잘 알지 못하는 외국선수가 우승한 날보다 신문 만들기가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기우인지 몰라도 ‘이러다가 나라별로 출전자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닌가’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몇 년전 미국LPGA투어에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대회 출전에 제한을 두자’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15일 아침에도 “또 한국선수가 우승했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들었다. 한국 여자선수들이 골프에 강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1998년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해 이름을 떨칠 때부터 이에 관한 분석은 많았다.
그것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골프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데 한국선수들은 멘탈리티가 강하다 ▲젓가락 사용문화에서 터득한 세밀한 감각이 골프에 맞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선수가 골프에 ‘올인’한다 ▲‘헝그리 정신’이 강하다 ▲한국 여성은 은근과 끈기에서 다른 나라 여성을 압도한다 ▲한국선수들은 연습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나간다 등이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거론된 것 모두가 한국선수들의 특징일 수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연습량이 엄청나게 많다는데 주목한다. 우리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는 ‘새벽에 나와서 저녁에 돌아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연습한다. ‘스윙 머신’이 안되면 이상할 정도다.
‘연습광’이었던 벤 호건은 “골프선수가 하루 연습을 안하면 자신이 알고, 이틀 안하면 갤러리가 알며, 사흘 안하면 세상이 안다”고 말했다. 미국 여자골프의 ‘전설’ 베이브 자하리아스는 “내 골프 철학? 그것은 연습, 연습, 또 연습, 그러고 우승하는 것”이라고 했다. 타이거 우즈처럼 타고난 경우가 아니라면, 골프의 결과는 연습량에 비례한다.
골프는 18홀을 거치는 동안 각각 다른 라이에서 14개의 클럽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파워가 필요할 때가 있는가 하면 정교함이 요구되는 상황이 있고, 공격적이어야 할 때가 있는가하면 방어적으로 플레이해야 할 상황이 있다. 어제 버디를 잡은 홀에서 오늘은 보기를 할 수 있고, 지난주 우승한 선수가 이주엔 커트탈락할 수 있는 게임이다. 컨디션이 좋은데도 스코어는 엉망인 날이 있고, 잠을 설쳤는데도 베스트스코어를 내는 날이 있다. 수많은 변수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은 스포츠가 골프다. 오죽하면 진 리틀러는 “골프는 굿샷 게임이 아니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임”이라고 했을까.
골프의 이런 들쭉날쭉함, 무상(無常)함을 다스리는 왕도는 없다. 그 편차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그 길 중 하나가 꾸준한 연습이다. 지름길이 없는 골프에서 연습은 그나마 일관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보약이다.
한 가지 따져볼 것은 있다. 언제부터 연습에 몰입시킬까 하는 점이다. 열 살 때부터 볼만 치게 하면 조로할 것이고, 20세 전후에 시작하면 늦을 법하다. 주니어 선수들이 공부와 골프연습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한국골프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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