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갑을관계, 명칭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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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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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남양유업 녹취록 사건 이후 '갑을관계' 폐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계약서 상의 '갑'과 '을' 표기를 바꾸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의 발주가 많은 건설업계에서도 공기업 중심으로 갑·을 표기 바꾸기에 한창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5월 말부터 계약서에 갑을 명칭 대신 '발주처'와 '계약상대자'라고 적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LH'와 '계약자'로 명시해 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계약서 상의 갑을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갑과 을이라는 명칭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져 하도급 업체와 동반자로서 상생하기 위한 명칭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많은 공기업들이 갑·을을 대체할 만한 명칭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갑과 을이라는 역학관계가 분명이 존재하는데 표기상 명칭만 바꾼다고 불공정 관행이 해소될 수 있을까.

당초 갑과 을이라는 명칭은 계약서 작성 시 편의상 사용됐다. 그런데 어느새 이 명칭에 불균형한 힘의 논리가 덧씌워져버렸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을 바꾸겠다고 표기를 바꾼다 한들 힘의 논리가 사라질 수 있을까. 오히려 '발주처-계약자관계'라는 신조어만 생기는 것은 아닐까.

이름만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 을이 계약상대자가 돼도 여전히 하도급 업체이고, 발주처의 발주가 없으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

또 단순한 처벌규정이나 규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경제적 힘의 논리에 묶여 있는 한 을은 갑의 눈치를 봐야 한다. 관계를 유지해야 다음 계약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문화에 있다. 따라서 정부도 갑을 억누르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을을 존중하고 갑과 을이 동반성장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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