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기자= “우리는 일본에 잡혀간 조선 도공들이 노예처럼 학대받은 것으로 묘사하는데 우리가 반성할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도공들은 조선에서 천민 대우를 받다가 일본에서 장인 대접을 받았어요. 그래서 일본이 세계 도자기를 제패하게 된 것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을 펴낸 유홍준(64)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일본을 있는 그대로, 역사적 사실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명의 빛을 일본에 전해준 것은 우리의 자랑이지만 일본 고대 문화를 죄다 한국에서 만들어준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꾸짖듯이 그들이 노력해 이룬 것에 대해 인색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일 양국서 날아올 독화살 맞을 각오로 썼다"는 유 교수는 “일본 속 우리 문화를 살펴보는 한편 일본 고대 문화를 통해 우리 역사를 한반도 테두리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조명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일본 문화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국내 편을 집필하기전인 1988년, 아스카를 자전거로 여행하면서다. ‘꿈을 파는 집’이란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스카 들판을 달리며 ‘우리에게 일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언젠가는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일본편'이 나온건 지난해 규슈 방문 당시 경험이 컸다. 그는 “부산에서 수학여행 왔다는 고등학생들이 ‘일본 고대문화는 우리가 죄다 만들어준 것 아니냐’고 말하는 걸 듣고 서두르게 됐다”며 “특히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면서 ‘혐한론(嫌韓論)’을 넘어 ‘악한론(惡韓論)’으로 번져가는 걸 보면서‘안 되겠다. 본격적으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유 교수는 양국이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역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이 책이 좋은 일본 여행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 책이 일본어로 나왔을때 한국에서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려 한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우리가 한일 역사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일본편은 1권 규슈편, 2권 아스카·나라편, 3권 교토편, 4권 오사카편 등 모두 4권이며 이번에 1, 2권이 먼저 나왔다. 이 책은 일본어로 번역해 현지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창비는 초판 10만부를 찍었는데 인터넷 예약 선주문만 1·2권 5000세트가 팔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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