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영화 '소년시절의 너'는 왜 충칭에서 찍었을까

  • 中학교 폭력 다룬 영화 '소년시절의 너'

  • 어둡고 우울한 충칭 분위기와 어울려

영화 소년시절의 너 포스터
영화 '소년시절의 너' 포스터.

구름과 안개가 가득한 하늘, 거대한 고가도로와 즐비한 고층 빌딩, 건물과 도로 사이를 뚫고 달리는 경전철, 희미한 조명이 비추는 기나긴 터널, 비탈진 언덕의 구불구불 골목길과 미로처럼 얽힌 건물 복도…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최근 기자가 찾은 중국 서부 도시 충칭의 모습이다. 이곳은 2019년 중국서 개봉한 영화 ‘소년시절의 너(원제: 少年的你, 영어 제목: Better Days)’의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 '소년 시절의 너'는 수능을 앞둔 중국의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 사이에서 일어난 왕따와 폭력 문제를 다뤘다. 충칭이라는 도시는 학력 위주의 입시 지옥에 갇힌 사춘기 청년의 우울함을 표현하기엔 제격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좌절한다.

영화를 제작한 쩡궈샹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영화 촬영 장소를 고르기 위해 여러 도시를 다녀볼 계획이었다. 가장 먼저 충칭을 보고나서는 다른 도시는 갈 필요가 없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쩡 감독은 홍콩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배우다. 

영화는 중국 웹소설 작가 구월희의 '소년시절의 너는 이토록 아름답다(少年的妳, 如此美麗)'는 제목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지금은 비록 빈민가에 살지만,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등생 고3 소녀 첸녠(저우둥위 분). 그에게 희망은 오로지 가오카오를 잘 쳐서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왕따로 괴롭힘을 당하는 같은 반 친구의 자살을 방관했던 그는 어느 새 가해자의 다음 괴롭힘 타깃이 되고 만다. 

매일 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천녠을 지켜주기 위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동네 불량배 소년 샤오베이(이양첸시 분). 비슷한 상처와 외로움에 끌린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따뜻함을 느낀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수능시험을 앞두고 천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샤오베이는 끝까지 천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바치는데.

천녠이 가해자들에 쫓겨 도망치는 미로 같은 낡은 복도식 건물, 샤오베이가 살고 있는 나선형의 거대한 고가도로 앞 산기슭의 허름한 가옥, 샤오베이가 천녠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곳들은 오늘날 충칭을 찾는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명소가 됐다. 
영화 소년시절의 너 주인공 천녠이 살았던 노후 건축물 가운데가 중정식 구조로 극중에서 천녠이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을 타고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다위쪽 좌우 충칭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입체 교차로아래쪽 사진배인선 기자
영화 '소년시절의 너' 주인공 천녠이 살았던 노후 건축물. 가운데가 중정식 구조로, 극중에서 천녠이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을 타고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다(위쪽 좌우). 충칭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입체 교차로.(아래쪽) [사진=배인선 기자]

영화 속 명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엄마는 나이 들면 좋은 게 하나는 있대요. 잘 잊어버리는 거래요. 결국 다 잊어버릴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요. 하지만 어른이 되는 법은 아무도 안 가르쳐 주네요.” <영화 속 주인공 천녠의 대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다이빙하고 비슷해. 눈 딱 감고 아무 생각하지 않은 채 물속으로 뛰어드는 거지. 물속에 모래 자갈 조개 껍데기도 있지만 말야. 우린 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거야.” <영화 속 학교폭력 수사 경찰관 정이의 대사>

“넌 세상을 지켜.  너를 지킬 테니.”<영화 속 주인공 샤오베이의 대사>

“하수구에서 살아도 별은 볼 수 있다.”<영화 속 주인공 천녠의 대사>


학교 폭력과 입시 문제를 다룬 만큼 영화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 영화 마지막에는 “가정·사회·사법기관,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청소년을 보호하고 세상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는 자막과 함께 사회의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2019년 개봉 당시 중국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박스오피스 15억 위안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듬해 한국에서도 개봉해 호평을 받았다. 홍콩 금장상(金奬賞)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신인상 등 8개 부문도 휩쓸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영화의 원작인 구월희 소설이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을 연상시킨다며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화 소년시절의 배경이 된 충칭 충칭시내를 가로지르는 창장 케이블카는 충칭의 명물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영화 '소년시절의 배경'이 된 충칭. 충칭시내를 가로지르는 창장 케이블카는 '충칭의 명물'이다. [사진=배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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