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태평로 금융위원회 본청 앞은 정책금융체계 개편에 반발하는 관계기관들의 성토장으로 전락했다.
기관간 밥그릇 싸움이 빚어낸 잡음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정책에 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는 지난 2009년 분리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내 정책금융은 산은, 대외 정책금융은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업무를 일원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금공 노동조합은 이 같은 논의가 정금공 설립 당시 금융위가 기관 분리의 근거로 들었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는 분리 당시에도,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시장과의 마찰 해소와 정책금융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 방식은 산은은 민영화 및 정금공 별도 설립에서 기관 통합으로 뒤바뀌었다.
실제로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2009년 2월 ‘산은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및 정금공 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정금공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산은 민영화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마찰 해소에 있고, 지난 정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민간영역 부문과의 잦은 마찰로 인해 정책과 민간 부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이창용 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역시 기관 분리에 무게를 실었다.
이 전 부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금융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며 “현 산은 체제는 기능이 혼재돼 있어 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효율적인 정책기능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금공 노조는 이러한 금융위 태도 변화에 불만을 표시하며, 내달 말 발표될 예정인 최종 개편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은과 수은, 무보를 포함한 정책금융체계 개편 관계기관들 중 유일하게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정금공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산은과 정금공 내부 사정에 밝은 다수의 관계자들은 정권이나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바뀔 때마다 같이 바뀌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반영한 탄력적인 정책 운영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라며 “정부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수행했던 정금공을 업무 중복을 이유로 없앤다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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