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장외투쟁 전격 선언…김한길, “더는 참을 수 없다”

새누리, 30분 뒤 반박 기자회견…“국정조사 자폭행위” 맹비난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파행을 빚고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국회의원 전원에게 비상대기 지시를 내린 데 이어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비상체제에 돌입한다"면서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1일 국민과 함께 하는 의원총회를 현장에서 개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새누리당을 설득하고 인내하며 지금까지 왔다"면서 "국정조사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인내할 만큼 인내해 왔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표는 현재 추미애 의원이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 대책위원회 본부장를 직접 맡는 등 투쟁의 진두지휘에 나선다.

그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마당에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국조 기간 45일 중에 30일을 파행시켰다. 세 번의 파행과 20여일간의 국정조사 중단, 증인채택 거부로 인해 더 이상 국조에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국정원 국기문란사건의 주범들을 '조건부'라는 말로 보호하며 야당을 기만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위중한 상황에도 여름휴가를 운운하며 국조를 모면하려고 여당이 보이는 행태는 국민과 국회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경 모드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더 이상 새누리당과의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7·8일로 예정돼 있는 국정원 국조 청문회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오늘 중 청문회에 나설 증인에 합의해 출석통보서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을 강제하는 것을 두고 여야간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강제 동행명령, 그리고 불출석했을 시 여야 합의해 고발하겠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이는 국회법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오전에 열린 긴급 의총에서도 장외투쟁론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국민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이목희 의원),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설훈 의원), "장외 진지를 만들어 농성체제로 가야 한다"(우상호 의원), "당장 장외투쟁에 나설 때"(노영민 의원), "내일부터 시청 앞에 비상당사를 꾸려야 한다"(김현미 의원) 등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최민희 의원은 최근 촛불집회에 대한 외신 보도를 소개하면서 "(미국 방송인) CNBC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수 있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30분 뒤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장외투쟁 방침을 맹비난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장외투쟁의 진짜 의도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키는 데 있다"면서 "국정조사를 민주당 스스로 포기하는 국정조사 자폭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정상화돼야 국정조사도 정상화될 수 있다"면서 "만약 민주당이 정상화하지 못하면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두 지붕 두 가족이 되는 야당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까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