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개성공단 잠정중단 조치의 해제, 남측 입주기업의 출입 허용, 남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보장,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 남북의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 방지를 전제한 정상운영 보장 등을 천명했다.
지난달 29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열흘 넘게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7차 회담 제안에 무반응을 보여온 ‘마지막 회담’ ‘중대 조치’ 등을 언급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또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 방안으로 ‘북한의 전적인 책임 인정,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을 끝까지 고수했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금(이하 경협보험금) 심의를 마무리하고 보험금을 기업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룰 두고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날 오전까지도 회담 제안에 무반응이었던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사항들을 거의 수용하며 ‘전제조건 없이 실무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대화에 호응해 나오라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촉구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은 결국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외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개성공단에서 근무한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의 월평균 임금이 144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연간 9000만달러 이상을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로 가뜩이나 외화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개성공단이라는 자금줄을 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의 상징적 의미도 북측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북한은 이날 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지난 10년간 온갖 풍파와 곡절 속에서도 겨레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신심을 안겨주던 개성공업지구가 이제 깨지게 되면 그것이 북과 남 온 겨레의 마음속에 줄 상처와 북남관계에 미칠 영향은 실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한 대북 전문가는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 대한 중요한 안전장치”라며 “북한이 말로는 전쟁위협을 계속한다 하더라도 개성공단을 건드릴 경우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 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대북전문가들은 한미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14일 7차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개성공단 재가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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