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무수한 꼬임선들의 폭발' 안두진의 '오르트 구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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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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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마쿼크' 조형이론 개발..송현동 이화익갤러리서 21일부터 개인전

오렌지 스톤 The orange stone, 130.5x97cm, oil on canvas, 2013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핵폭발이라도 한 것일까.

세상을 삼켜버릴 것 같은 거대한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그 아래 펼쳐진 숲과 마을은 뭔지 모를 엄청난 재앙을 앞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더 폭발적이다. 라면같은 무수한 꼬임의 선들이 드글드글 뒤섞여 금방이라도 화폭이 터질 것만 같다.

다시 한발 떨어져 보면 그저 붉은 기운이 가득한 풍경화다. 하지만 작가는 풍경화가 아니라고 한다.

작가 안두진(38)은 "풍경을 그리지만 실존하는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며 "내 회화는 발생적 회화"라고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물질이 최소단위인 원소의 배열과 구조로 이뤄졌듯 그림도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의 조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며 물리학자같은 모습을 보였다.

작가는 이미 지난 2008년‘이미지(Image)’의 ‘이마(Ima)’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Quark(쿼크)’를 합성해 자신만의 조형 이론인 ‘이마쿼크(Imaquark)’를 만들어냈다.

그림, 회화라는 것에 의문을 품었던 그는 "자연에 뒤엉켜지면서 식물들이 자라듯이 이 자체가 미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상 자체보다는 그림이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방법론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리기 자체보다 회화의 본질인 조형세계를 증명해내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DNA의 염기 서열이나 원자들의 순서와 상태에 따라 물질의 특성이 결정되는 것 처럼 이마쿼크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있다는 가정 아래 시작된겁니다. 캔버스 위에 원자처럼 최소 단위의 작은 붓질들이 쌓이고 뒤섞이면서 결국엔 풍경이 만들어지는겁니다."

감상자로서는 살짝 이해하기 힘들지만 반복과 충돌에 의해 저절로 생겨나듯 만들어지는 그림은 노동집약을 요구한다.

작업은 자신이 고안한 '이마쿼크'의 발생단계를 정확히 따른다. 캔버스 위에 점을 찍는 붓질과 선을 긋는 붓질, 면을 만드는 붓질을 반복하고 뒤섞는 방식으로 그려진 무수한 드로잉이 다양한 방법으로 패턴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풍경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아무일도 없이 Passing the time idly, 130x480cm, oil on canvas, 2012

'이마 쿼크'는 안두진의 브랜드가 됐다. 2008년 브레인팩토리 개인전에서‘원형’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마쿼크'의 가능성을 실험했고, 2011년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연 전시에서 '이마쿼트'는 패턴의 충돌과 대립의 개념으로 정립됐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적용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며 진지하게 작업하고 있는 작가의 열정은 안목있는 상업화랑 갤러리리스트에게 발견됐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르트 구름(Oort Cloud)’을 통해 선보인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후 2005년부터 개인전을 연 이후 국내 유명 상업화랑에서 여는 첫 전시다.

이화익 대표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연 작품에서 색채와 구성 등 기존 회화들과 달리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양한 재료와 독특한 개념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반향이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이후 오는 11월 열리는 아부다비아트페어에도 출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 제목 '오르트 구름'은 장주기 혜성이 만들어지는,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가장 끝으로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다. 과학적 모델을 통해 독특한 화법을 선보이는 젊은 작가의 실험과 도전은 '오르트 구름'처럼 미술시장 불황을 녹이는 에너지로 보인다. 전시는 9월10일까지.(02)730-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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