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정치연 기자=“잠시만요, 회장님 K9타고 들어가실게요.”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각별한 기아차 사랑이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즐겨 애용하는 기아차 중형세단 K9을 타고 어머니인 고 변중석 여사 6주기 제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이에 앞서 할머니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기아차 SUV인 모하비를 타고 왔다.
글로벌 자동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는 항상 세간의 주목을 받음에도 불구, 본인들만의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
K9은 평소 정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차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출퇴근은 물론 각종 대내·외 행사에 K9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며 K9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5월 K9 출시 전부터 정 회장은 직접 개발과정과 디자인, 최종 품질점검까지 챙기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정 회장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는 있지만 기대만큼 판매실적은 좋지 않다. 당초 기아차는 K9의 판매 목표를 월 2000대가 될 것으로 자신했지만 올 상반기 판매량은 2965대 팔리며 전년 대비 7.4% 줄었다. 이는 월 판매량이 50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수익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차를 단종시켰다. 하지만 직접 애용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정 회장의 K9 사랑은 지속되고 있는만큼 단종은 언감생심이다.
아직 정 회장이 직접 판매량에 대한 질타를 하고 있진 않지만 기아차 임원들로서는 정 회장의 기대를 안고 있는 K9의 인기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져야 마음이 편해질 전망이다.
정 회장의 K9 사랑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정 부회장의 모하비 사랑이다.
이날 할머니 제사를 위해 가장 먼저 청운동 자택에 도착한 정 부회장이 타고 온 차량은 기아차 모하비였다. 모하비는 지난 2008년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 부회장이 개발 과정과 출시 행사를 직접 챙겼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던 모델이다.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정 부회장은 당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열린 모하비 신차 발표회도 주도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 차는 한 때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단종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평소 모하비를 자주 애용하며 꾸준히 모하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런 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모하비는 최근 대형 SUV 시장에서 극적으로 부활하고 있다.
모하비는 올 상반기 4497대가 판대되며 전년 동기보다 20.9% 증가했다. 특히 아웃도어 인구가 늘어나며 인기가 늘었다. 아버지가 타는 K9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아들이 애용하는 모하비는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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