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재해 줄이기, 도시의 체질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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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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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식 서울시 도시안전과장


여전히 덥다. 이달 중순 전 입추·말복이 지나서까지 서울지역에 폭염주의보가 계속 발효되면서 자칫 전력위기가 닥칠 뻔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절전에 동참해줘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공공기관에선 며칠간 아예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불볕더위를 참아가며 난국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주고 있는 시민들이 가장 존경스럽다.

그래도 사무실에 있는 공무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단열이 잘 안되는 좁은 방에서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여름나기가 더 힘들다. 그래서 서울시와 자치구는 시내 곳곳에 무더위쉼터를 운영하면서 홀몸 어르신들의 경우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재난도우미 5000여명이 매일 건강상태를 살피도록 한다. 다행히 금년 들어 서울에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생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난 겨울에는 수십년 만의 강추위로, 전달에는 수해로, 이제는 불볕더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렇게 해가 갈수록 더 춥고 뜨거운 계절을 맞는 것은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은 온실가스의 90% 이상이 건물과 차량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장래에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가혹한 기후조건 속에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하루 속히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건물 부문을 보자. 서울시에서는 건물 에너지 효율 개선, LED 등과 같은 절전형 조명기구 보급, 신재생에너지 확대 생산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일부 비용도 융자해주고 있으니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정과 직장에서의 전기·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을 무료로 관리하는 에코마일리지제 회원으로 가입하면 에너지 절약 의지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최근 전기 냉난방기기나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가정과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된다. 전기는 발전과 송전, 열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커 최종 열효율이 3분의 1도 안 나온다. 더 늦기 전에 단위면적당 일정 기준을 초과하거나 전력수요 집중시간대에 사용하는 전기의 요금수준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량 이용문화도 바꿔보자. 서울의 도로는 늘 차량으로 넘쳐난다. 자가용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회적 편익이 늘어난다는 것은 잘 알면서도 여전히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대중교통 기반시설의 확대 설치, 자동차 운행거리 감축 시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보험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승용차 요일제부터 가입하고 얼마 전 도입된 카셰어링도 이용하길 권유한다.

이밖에 타당성 있는 의견들도 많이 있다. 현재 교통카드 사용 요금을 연말 소득공제 시 카드 사용액에 포함시켜주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대중교통 이용요금(자가용 이용 억제효과를 감안하면 택시 이용요금도 포함)의 별도 세제혜택 부여, 출퇴근시간 교통혼잡도를 절감하는 출근시차제 의무시행 등등. 향후 강남북 중심지를 연결하는 전철이 건설되면 남산터널 하나쯤은 대중교통 전용으로 돌려보자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결국 에너지든 자원이든 지금보다 아껴서 써야 서울은 더욱 지속 가능하고 재해에 강한 체질로 변할 것이다. 얼마 후 더위가 가실 무렵 찾아올 반갑지 않은 손님 태풍에, 또 겨울에 닥칠 한파와 폭설에 대비해 서울시에서는 벌써부터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챙기면서 각종 시설물의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되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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