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비켜"…금융硏 출신 금융권 실세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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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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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우·이건호 등 금융硏 출신, 금융권 요직으로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한국금융연구원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금융권 진출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요 연구원 출신들이 정부 부처 또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요직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들어 금융연구원 출신들이 금융사 수장으로 임명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싱크탱크' 역할을 하던 연구원들의 지식이 정책 및 경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다만, 연구원의 세력화내지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 서정호 금융감독원 금융자문관, 이건호 국민은행장,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

◆금융연구원 출신 승승장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연구원 출신들이 금융당국은 물론 민간 금융사 요직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정 부위원장은 1995년 미국 퍼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전남대학교에서 경영대 부교수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금융연구원으로 복귀한 뒤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금융감독원 금융자문관에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위촉됐다. 그는 한국은행, 금감원, 딜로이트 컨설팅, 하나은행,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두루 거쳤다.

이상제 금융위 상임위원, 임형석 금융위 국제협력관(국장) 등도 금융당국에 몸 담고 있는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금융사 CEO중에선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을 지낸 그는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거쳐 은행장에 선임됐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의 신보 차기 이사장 내정설이 나오면서 금융연구원의 막강한 파워를 새삼 느끼게 했다. 서 실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자문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보 차기 이사장은 단지 내정설에 지나지 않으므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박근혜정부 들어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금융권 진출이 눈에 띠게 늘고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세력화·정치화 우려

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모피아'란 말이 있다. 관료 출신들이 금융권 요직을 장악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연구원과 마피아를 합친 '연피아'란 말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권 수장들 중에서 금융연구원을 거친 인물들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직에 있는 인사 중에선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역시 퇴임 후 금융연구원에 합류했다.

흔히 연구원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나 금융권 진출은 그동안 쌓은 지식을 정책 및 경영에 직접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실제 그런 기대감에서 연구원 출신들을 중용하기도 한다. 물론 마음 한켠에는 이른바 '감투'에 대한 열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세력화내지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연구원들이 출세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 또는 관료가 퇴임 후 머물 수 있는 곳으로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금융권 진출이 이어지자 '서로 서로 이끌어 준다'는 낙하산 인사 의혹도 나돌았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올해 유독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연구원 출신들의 금융권 현장 진출이 늘고 있다"며 "괜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실력과 실적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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