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국회의장이 의원들의 발언을 모두 종료한 뒤 무기명 투표 및 개표를 진행, 투표시작, 체포동의안 통과까지 불과 30분여 만에 끝났다.
무기명 비밀투표 끝에 체포동의안은 재석의원 289명 가운데 찬성 258명, 반대 14명, 기권 11명, 무효 6명으로 가결됐다.
찬성표 수로만 보면 압도적인 가결 통과로 보이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물론 진보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한목소리로 체포동의안 당론 찬성 입장을 밝힌 것에 비하면 뜻밖에 반대·기권·무효표가 많이 나온 것이다.
진보당 의원이 6명임을 감안하면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은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찬성 처리하기로 했지만 25표가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 찬성’으로 결정했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에 도전하는 모든 적들과 결연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 의원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국정원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정원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석기가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자칫 체포동의안 처리를 뜸 들인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종북 감싸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당 의원들이 잇따라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서 국정원을 비난하고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촉구하는 등 막판 호소에 나섰으나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석기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몇 달만 지나면 무죄판결로 끝날 내란음모 조작에 국회가 동조하는 것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될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본회의 종료 후 기자들에게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가 멈췄다. 유신 시계로 회귀했다고 본다. 한국의 정치는 실종됐고 국정원의 정치가 시작됐다”면서 “저와 통합진보당은 국민을 믿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당당하고 힘차게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의원은 “진보당을 겨냥한 정치공작의 이면에는 대통령직속 비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똬리를 틀고 있다”면서 “유신의 망령을 불러들여 대한민국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데 국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는 제헌국회 이후 12번째로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된 사례로 기록됐다.
19대 국회 들어서는 박주선·현영희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이어 세 번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헌국회 이후 이번 이 의원 사태까지 정부가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모두 53건(6대 국회까지 구속동의안 포함)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체포동의안은 22.6%인 1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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