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이상기온으로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포장김치 재료인 배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배추 가격도 두 달 동안 2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시중 완제품 판매가격은 그대로여서 제조업체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김치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치 제조업체들이 수요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식당 공급을 끊어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추를 계약재배하고 있는 대상FNF, CJ제일제당 등 김치 제조업체들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평소보다 40~60%가량 높은 가격으로 배추를 구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재배이지만 생산농가들이 계약금액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농가를 찾아 수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계약농가의 요구를 수용하며 배추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요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상기후로 산지 작황이 좋지 않아 높은 가격을 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농가를 찾거나 농협 등을 찾아다니면서 수급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현 시세 수준으로 사들이고 있어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배춧값 폭등에서 불구하고 포장김치의 판매가격은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독단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협조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고랭지 배추를 방출하는 등 가격안정 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추석 대목 수요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적자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식당 등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가격 폭등으로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문을 닫은 후 배춧값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다시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 도봉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중소업체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가동을 하지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아예 김치를 반찬으로 내놓지 않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채모씨는 "거래하던 김치업체가 지난주부터 공급할 수 없다고 말해 다른 업체를 찾고 있는 중"이라며 "새로운 업체를 찾는 동안 다른 반찬을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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