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보조금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산은과 정금공을 분리하는 정책금융개편안을 내놓은 상태다.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7월 통합산은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11일 정책금융공사가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정책금융글로벌포럼 제4회 세미나’에서 박연우 중앙대 교수는 “한국금융산업 전략에서 치명적 결함이 CIB(상업·투자은행)”라며 “정책금융기능은 정책금융공사에 모두 넘기고 산은은 CIB만 전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은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CIB 경험을 축적했으므로 글로벌 CIB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산은이 CIB역할을 포기할 경우 CIB수요는 외국계 글로벌 CIB가 차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변동성 확대로 정책금융 필요성이 커졌다는 정부 안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정책금융 역할이 큰 것은 맞지만 부도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부도처리하는 것이 맞다”면서 “산은에게 기업구조조정을 주업무로 하라는 것은 국가대표팀에게 동네축구만 하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기업구조조정은 대출만기 연장, 기업보유 부동산 매각, 자회사 매각 등으로 중간정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금공에게 모두 넘기는 게 맞다는 것이다.
통합산은은 보조금 분쟁 발생 시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민 서울대 교수는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정책금융 면책조항은 없다”면서 “이는 정책금융제도가 유지되는 한 보조금 분쟁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산은과 정금공이 분리된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산은은 일반기업에 대한 금융과 정책금융이 혼재돼 있어 이미 보조금 분쟁의 주요 대상”이라며 “정책금융 부분을 일반금융과 분리하면 분쟁 발생 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4년 전 정금공 출범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며 "결국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하는 것은 맞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산은에서 대우증권을 팔고 IB업무를 떼낸 뒤 남는 부분과 정금공을 합쳐 순수정책금융기능을 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의 서태용 변호사는 통합산은에 대해 "FTA 역진방지조항 등 정책적 부분과 법적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책금융은 그 나라의 전략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산업정책의 중요한 수단”이라며 “한 나라의 정책금융체제 개편 문제는 금융수요자를 중심으로 논의돼야 하며, 산업정책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와 정합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축사에서 “4년 전 정책금융공사가 탄생했을 때와 지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정기국회가 열리면 상임위를 통해 금융위에 공식적인 설명을 요청하고, 그 설명이 국회의원들에게 납득될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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