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약 체제 아래서 경영 정상화 방안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나머지 계열사의 경영권도 잃을 것이라는 대체적 시각 속에서 강 회장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12일 현재 강 회장이 STX그룹에서 남아있는 지위는 지주회사격인 (주)STX의 대표이사와 STX중공업의 대표이사, 또 STX엔진의 이사회 의장과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분으로 강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포스텍의 대주주다.
이 중 STX엔진은 지난 5일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STX중공업은 이번주 내에 자율협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그룹 내에서 STX팬오션과 함께 가장 큰 주축 계열사였던 STX조선해양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기긴 했지만, STX엔진과 STX중공업 역시 그룹의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 왔다.
STX중공업은 최근 대우건설과 함께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의 석유수출시설 기본설계 수주를 따내는 등 외부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TX엔진 역시 현대중공업과 두산엔진 등 함께 국내에서 선박용 엔진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자체 경쟁력을 갖춰 업황이 회복될 경우 재기를 꿈꿀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STX엔진은 강 회장이 지난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며 사명을 STX엔진으로 바꾸고 STX그룹의 첫 시작을 알린 모체 기업인만큼 강 회장이 가진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채권단에서는 STX 조선해양 대표이사직의 퇴진을 요구하며 “강 회장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만큼 향후 STX엔진과 STX중공업에서도 경영일선에서 퇴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 스스로 자율협약 체결 당시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모든 결정을 채권단에 맡기고 그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나머지 채권단이 계열사에서도 퇴진을 요구할 경우 저항할 방법은 없다. 결국 강 회장의 향후 운명은 전적으로 채권단의 손에 달린 셈이다.
강 회장이 STX조선해양 대표직을 사퇴하자마자 일각에서는 벌써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예고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흘러나오고 있다.
50%의 인력감축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TX조선해양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그렇게 되면 아직 상당수의 수주잔량이 남아있는 진해조선소는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STX팬오션은 유천일 대표가 직접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30%의 인력감축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강 회장의 퇴진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대체로 두 가지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쓰러져가는 기업을 인수해 불과 10년만에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기업을 키워낸 ‘샐러리맨 신화’의 몰락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과 업계 호황만 믿고 레버리지를 통한 M&A로 무리한 확장을 해 왔던데 대한 예정된 결말 이라는 차가운 시선이 그 것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에 이어 마지막 남았던 ‘샐러리맨 신화’가 이대로 막을 내리게 될지 강 회장의 운명에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