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터-한 영화주간 일환으로 이스탄불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 장면. [사진제공=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
아주경제 최주호 기자=세계적인 거장 김기덕 감독이 터키 이스탄불도 평정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터키-한국 영화주간’(9.13~9.19)의 일환으로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이 진행돼 터키 영화계, 현지 언론, 팬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0시) 미마르시난 예술대학교(시네마-TV센터)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에는 500석 규모의 극장에 1천명이 넘는 팬들이 몰렸다.
김기덕 감독을 만나러 온 열혈 팬들은 객석 통로, 극장 바닥, 무대와 단상 위에 까지 올라가 ‘거장’과 마주하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취재단 뿐 아니라 관객들이 서로 질문하려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지 몰랐다. 가슴이 뭉클해 울 뻔 했다”고 심경을 전한 뒤 “많은 나라를 가봤지만 터키처럼 열렬한 환호는 처음”이라고 말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김 감독은 초졸 학력, 16세부터의 공장 생활, 힘든 해병대를 거쳐 제대 후 2년간의 유럽여행, 33세에 프랑스에서 생애 처음 본 영화(양들의 침묵, 퐁네프의 연인들)에 충격을 받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는 인생 풀 스토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영화의 가장 큰 재료는 삶”이라며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기록이고, 그것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나에게 영화의 수업은 어린 시절과 일하던 공장, 군대의 경험, 유럽의 생활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내 영화를 보고 잔인함, 아픔, 고통을 얘기하지만 내 영화는 흰색을 말하기 위해 검은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제작을 공부하고 있다는 한 여학생이 “등장하는 여배우들이 ‘밑바닥’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런가”라고 질문하자 “내 영화에는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그런 캐릭터가 많다. 삶이 어렵고 힘들 때 이야기가 많다. 목숨과 자존심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편의 영화를 만들다 보니 총알을 다 쓴 거 같다. 요즘 많은 걸 보고 느끼려고 한다. 이스탄불에 와서도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영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 작품을 위해 고뇌하는 지금 이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말해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한 여성 팬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김 감독을 만나러 왔다며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이 정도지 주말에 이 행사를 했다면 대형 스타디움을 빌렸어야 했을 것”이라고 ‘거장’에 대한 애정과 경의를 표했다. 이어 “영화 ‘아리랑’을 보고 김 감독에게 어떤 고통과 상처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답변을 유도했다.
이에 대해 “내가 영화를 할 수 있는 건 고통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리랑을 찍으며 고민도 많이 했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치유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많은 질문이 있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리랑’을 부르는 내 마음이 가장 큰 대답일 것이다. 아리랑에 내 심장이 들어있다”며 ‘아리랑’과 ‘한오백년’을 열창하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감독과의 만남’이 아쉽게 마무리됐다.
터키의 유명화가이며 미마르시난 예술대학교 총장인 얄츤 가라야으즈는 “김기덕 감독의 광팬이다. 그의 모든 영화를 본 터키인 중 한명이며 특히 그의 메타포(은유)를 좋아한다”고 말한 뒤 “이스탄불-경주엑스포 개최가 확정된 2년 전부터 한국 문광부와 엑스포 측에 김기덕 감독 터키 초청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오는 22일까지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의 주요 행사인 ‘터-한 영화주간’은 한-터가 처음 개최하는 영화제로 향후 양국 영화 교류 등 이스탄불 현지를 뜨거운 기대감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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