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경쟁이 늘어나고 상품이 다양해지다 보면 전통적 패턴의 홍보나 마케팅 활동이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늘 변하고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보나 마케팅에서 색다른 시도와의 결합이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고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아이디어로 아주 다른 분야의 상품을 공동으로 홍보해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 달력에 비키니 모델이
태국의 저가 항공사 녹 에어(Nok Air)는 지난 2004년 설립돼 올해 취항 9주년을 맞은 회사로, 태국을 비롯해 라오스, 미얀마, 인조네시아 등 아시아 23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녹 에어는 ‘We fly smiles’라는 슬로건에도 나타나듯이 미소를 실어 나르는 마음으로 고객을 모신다는 회사의 미션을 가지고 있다. ‘녹’은 태국어로 ‘새’라는 뜻으로 우정과 자유, 어디든 비행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회사의 컬러인 노란색은 따뜻함과 우정을 상징한다.
올 초 녹 에어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12명의 비키니 모델을 비행기 앞에 세운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배포한 것 때문이었다. 이에 태국 정부는 녹 에어가 여성의 노출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녹 에어는 사회 문화적 책임을 망각했으며 여성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녹 에어는 자사가 ‘젊은 항공’을 표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배포하는 달력에 젊은 여성 모델을 등장시키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국의 CNN이나 영국의 데일리 미러 등 유력 매체들이 집중 보도를 하고 나섰다. 항공사, 비키니 여성, 태국 정부와 공방 등의 키워드가 태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언론계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관련 소식이나 사진이 많이 배포됐고, 캘린더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요청이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이를 통해 녹 에어는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둠으로써 이종 결합 마케킹을 통해 자사 이미지를 특별한 항공사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같은 스캔들 기법은 기업이나 상품과의 관계성이 떨어진다든지 선정성이 한계를 넘을 경우 언론이나 소비자의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많다.
김주호 제일기획 브랜드 액티베이션 그룹장은 이런 면에서 녹 에어는 그 선을 잘 지켰다고 평가했다.
김 그룹장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많은 녹 에어의 사진을 보면 노란색을 콘셉트로 다양한 계층과 교류하는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며 “항공사 취항 행사에 참석한 승려의 모습도 보인다. 젊은 항공사로서 따뜻함과 친근함을 일관되게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보면 캘린더 제작은 항공사 전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기보다는 젊은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부분적 전술로 보인다”며, “설령 작은 홍보 아이템이 생각지도 못하게 화제를 몰고 온 것이라고 할지라도 태국을 넘어 최소한 아시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콜라가 차를 만난 이유는
2013년 초 개최한 코카콜라와 BMW 미니(MINI)의 협업(Collaboration) 프로젝트도 콜라와 자동차의 만남이라는 이질적 소재로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안겨 준 홍보 이벤트다.
‘Coke & MINI COLLABORATION’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번 프로젝트는 소비자들에게 “과연 미니 안에는 몇 개의 코카콜라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벤트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코카콜라 페이스북에 접속해 코카콜라 & 미니 콜래보레이션 영상을 본 후 미니 안에 코카콜라가 몇 개나 들어갈 지를 댓글로 남기면 된다. 가장 근접하게 맞춘 10명을 선정해 미니 안에 들어간 코카콜라 개수의 10분의 1만큼 당첨자들에게 각각 나눠준다.
댓글 올리기는 3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진행됐다. 코카콜라 캔은 250ml이며, 대상 차종은 미니 컨트리맨이라는 것, 차량 안은 물론 트렁크에까지 넣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 블로그에도 이벤트를 알리고, 거리나 매장에서 사전 이벤트로 코카콜라가 미니에 들어갈 수량을 3000개로 제시하면서 이를 넘을지 안 넘을지를 묻는 행사도 실시했다.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코카콜라의 ‘코크 크리에이터’(Coke Creator)들이 미니 안에 코카콜라를 집어넣는 인증 행사를 벌인 것이다. 코카콜라는 사전에 숫자 없이 영상을 내보내다가 행사 마감 후 숫자가 포함된 인증 영상을 팬들과 공유했다. 최종적으로 미니 안에는 총 6680개의 코카콜라 캔이 들어가는 것으로 밝혀졌고 당첨자는 개인당 668개의 콜라 캔을 받았다.
코카콜라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행복(Happiness)을 준다는 브랜드 콘셉트를 채택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일련의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가벼운 페이스북 이벤트로 회사의 기획 의도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미니도 마찬가지다. 미니는 이번 행사 안내 문구에 다음과 같은 표현을 했다. “한국에서는 새로 이사를 오면 떡을 선물한다며? 나도 한국에 온 기념으로 코카콜라를 준비해봤곰~! 미니에 한가득 코카콜라를 싣고 나눠 줄 생각이야!”
미니는 새로운 차량을 한국에 론칭하면서 기존 코카콜라 브랜드를 활용해 흔하지 않다는 의미를 지닌 ‘Not Normal’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코카콜라와의 협업 이벤트를 통해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니의 ‘Not Normal’이라는 슬로건은 “작은 차에 얼마나 들어가겠어?”라거나 “한계를 극복하는 정점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즉, 이벤트를 통해 작고 좁은 줄 알았던 미니가 실제로는 콜라가 6680개나 들어가는 큰 공간을 가진 차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미니는 자사 브랜드가 직접 보유하지 않은 속성을 협업을 통해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김 그룹장은 “기업 홍보나 제품 마케팅에서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거나 이종 브랜드와의 협업의 관건은 소비자의 수용성이다”며, “새로운 기법을 도입할 때 차별화라는 긍정적 포인트가 있지만 사회적 통념과 괴리가 심해지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화제성과 함께 소비자 수용성이 클 때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제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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