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 지간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거부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담 회장이 직접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족 관계에 연연하지 하고 철저하게 경영자 입장에서 결정한 것이다. 오리온도 자금 여력이 크지 않고, 담 회장이 직접 지원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하더라도 담 회장의 지원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엿보였다. 지난 14일에는 동양그룹 창업주이자 두 회장의 장인인 고 이양구 회장의 묘소에서 가족이 함께 성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심 지원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담 회장은 23일 오전 임원진들과 가진 회의에서 심사숙고 끝에 지원 불가 결정을 직접 내렸다.
오리온은 신속하게 자료를 내고 "오리온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담 회장의 이같은 냉철함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오리온제과 등을 법인 분리하면서 오리온의 수장이 된 담 회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사업상 동양그룹과의 관계를 완벽히 배제해왔다.
집안 관계로 인해 경영에서 냉정함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철저하게 독자 노선을 걸어 지금의 오리온을 키워온 담 회장은 현 회장과의 사업적으로 엮이기를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동양그룹과의 사업 제휴 기회가 있었지만 담 회장이 철저히 거부해 왔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결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사업에서 알 수 있듯이 담철곤 회장은 원칙을 상당히 중시한다"며 "이같은 경영철학으로 인해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 회장은 중국 진출 초기에도 보편화돼 있는 외상거래를 거부하고 오로지 현금결제를 고수했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로 중국 사업의 성공이 불투명했지만 결국 현지 대리점과의 현금결제 관계를 정착시켜 '초코파이 신화'를 쓰는 발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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