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프라이탁과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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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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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스위스의 한 마을에 사는 두 형제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하지만 툭하면 비가 쏟아지는 날씨로 인해 가방과 그 안의 물건이 자주 젖게 되자 방수가 되면서도 튼튼한 가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형제는 트럭의 방수포로 몸체를, 자동차 안전벨트로 어깨끈을 만들었다.

두 형제의 성을 딴 이 가방의 이름은 프라이탁(Freitag)이다. 연간 30만개가 생산되고 신제품이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마니아만 수십만명에 달한다. 2011년에는 취리히 디자인박물관에서 '프라이탁전'이 열릴 정도로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았다.

최근 2~3년 동안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들의 탄생 못지않게 소멸과 교체가 잦았다.

제일모직은 지난 상반기에 후부와 데레쿠니, LG패션은 헤지스 스포츠, 이랜드는 언더우드와 쏘베이직 등을 정리했다. 세정은 회사의 대표 브랜드였던 인디안을 내년까지 모두 웰메이드로 변경키로 했다.

브랜드 정리나 변경 수준에서 마무리된 대기업들과 달리 업계의 중견·중소기업들의 브랜드는 아예 없어지기 일쑤다.

최근에는 업계 1위인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아예 넘겼다. 이번 결정으로 59년 역사의 제일모직의 사명은 변경되거나 없어질 것이 확실시 된다. 모직을 떼어내고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소재부문과 소속이 바뀌는 패션부문 모두 마찬가지다.

패션 브랜드의 운명은 기업의 사업 방향과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 어떤 브랜드도 영속한다는 보장이 없고, 신생 브랜드라고 해서 수십년을 이어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프라이탁의 행보가 더욱 인상적인 것은 창업 당시 1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와 조롱을 뒤엎고, 브랜드 철학과 지향점을 20년 동안이나 지켜왔기 때문이다.

20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프라이탁 역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프라이탁이 신제품을 내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때마다 이젠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국내 업체들의 과거 브랜드들이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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