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두더니…STX조선해양 박동혁 내정자 사임 자초한 産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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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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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STX조선해양 대표로 내정됐다가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돌연 사임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관련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강행하려던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스스로 빚어낸 ‘자충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당사자인 STX조선해양은 물론이거니와 멀쩡한 박 부사장이 재직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마저도 내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는 사태를 일으킨 채권단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지난 25일 산은에 일신상의 이유로 STX조선해양 사장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물론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몰랐던 박 부사장 개인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산은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중이던 STX조선해양에 대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강덕수 회장과 대표이사였던 신상호 사장의 사임을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파문은 시작됐다. 발표 직후 산은은 차기 대표 후보는 박 부사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은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 출신을 STX조선해양의 대표로 앉혀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빠르게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는 의도로 박 부사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부사장 자신조차도 불과 며칠 전에야 채권단측으로부터 내정 소식을 듣게 됐고,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진들은 잠깐 동안의 고민 끝에 그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박 부사장은 일단 결심을 굳혔으나 예상보다 강한 반발을 접하고선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STX그룹이 “채권단의 결정은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뒤이어 STX조선해양 노동조합도 외부인사인 그가 대표로 오면 현장에서의 혼란이 심화돼 구조조정은 지연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박 부사장이 경쟁사인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이직하게 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이 감당해야할 피해는 매각의 파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반대할 정도였다.

9일 이사회를 통해 사장 후보로 추천 되면서 상황은 수면 아래로 잠드는 듯 했으나 오히려 흉흉한 소문은 계속 번져갔다. 박 부사장 자신에 대한 자질론부터 시작해 채권단을 대신해 STX조선해양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등 “손에 피를 묻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억측성 이야기가 들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을 다시 살려 내겠다던 당초 그의 포부는 점점 의미가 퇴색되고야 말았다.

결국 오랜 심사숙고 끝에 박 부사장은 후보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23일간의 혼란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인공은 당연 STX조선해양이다. 창업주인 강 회장과 회사를 키워냈던 신 사장 퇴진에 이어 새 대표 후보마저 사임했으니 ‘버려진 자식들’이 됐다는 심리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강 회장과 신 사장의 사임을 뒤로 하고 새 대표 체제에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돼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산은은 일단 박 부사장과 함께 등기임원으로 추천했던 류정형 STX조선해양 부사장(조선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키로 하는 등 당장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박 부사장의 잔류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우조선해양도 고민이다. 그는 STX조선해양 사장 후보로 선임되기 전까지 현재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그의 내정이 결정된 뒤 대우조선해양은 이 자리를 신준섭 전무에게 맡겼다. 인사를 한지 불과 한 달도 안됐는데 박 부사장을 이 자리에 돌려 보낼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렇다면 그에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고민이다. 대우조선해양측도 박 부사장의 대한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상황을 무시한 채 무리수를 강행한 산은이 오히려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더 꼬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까지 흔들어 버린 꼴이 됐다”며 “경영정상화 대상 기업을 죄인 취급하며 쥐락펴락 하는 채권단의 태도는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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