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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엑소,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사진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
한 아이돌그룹 멤버의 한숨 섞인 고민이다. 사생팬(사생활까지 따라다니는 극성 팬)들의 무모함이 날로 더해가는 다운데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또 한 번 터졌다.
29일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는 '너무한 엑소 팬 분들'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엑소 멤버 백현 사생팬의 만행(?)이 담긴 사연이 올라왔다.
자신을 백현 친형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글 게시자는 "잠잠했던 백현 친형의 결혼식에 엑소 멤버들이 나타나자 난리가 났다"며 "주인공들의 굳어가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지, 초대 받지 않은 손님들로 인해 초대 받은 하객들이 힘들었다. 심지어 같이 간 지인들까지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사진이) 떠돌아다니고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토로했다.
결혼식 난동을 겪은 엑소뿐만 아니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JYJ 등 많은 그룹이 사생팬 피해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사생팬들은 연예인들의 주거지에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멤버들의 휴대전화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도용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들의 광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를 기억할 것 같아서"라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유로 가수의 뺨을 때리거나 남자화장실에 난입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는 등 엽기적 행각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사생팬은 스타의 사생활의 관심이 많은 팬이었지 이토록 괴롭힘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집단이 아니었다"며 "비합리적 이유를 갖다 대며 그들만의 소속감을 느낀 사생팬들에게 도덕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그룹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더 과감한 것을 찾기 시작했고 점점 무모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생팬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10월 2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팬덤르포-사생 뛰는 아이들'이 방송되면서 극단적 행동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는 상태다.
그렇다고 사생팬의 행위가 법적으로 용서받는 테두리 안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엄연한 범법 행위(사생활 침해, 주민등록법 등)임에도 이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소속사의 입장이다.
아이돌그룹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여러 번 강경 대응을 해 봤으나 팬과 스토킹을 구별하기 모호한 상황에 부딪치게 됐다. 대부분 나이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웃고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를 규정할 정책이나 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는 "앞서 여러 번 크게 보도가 된 적도 있으나 사생팬의 충격적 행동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행동으로 가슴 아파 하는 연예인들에게는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스타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본질을 잃어버린 팬심은 무관심보다 더한 고통을 안긴다. 과연 무엇이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을 행복하게 하는 길인가 되짚어 봐야 한다. 이들의 의식을 바꾸기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생팬 행동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엎질러진 물로 아차 싶은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사생팬에게 경고를 줄 수 있는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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