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민경제자문회의 현정택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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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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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러다임 시프트…창조경제 실현의 전제조건"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한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대통령 경제 자문기구로서 우리나라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는 국민경제자문위원회 현정택 부의장은 박근혜 정부의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해답을 이같이 제시했다.

현 부의장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정부·사회의 운영시스템을 고쳐나가는 것"이라며 "이 분야야 말로 5년이 아닌 10~15년에 걸쳐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고심하며 구상중인 '중산층 복원' 및 '고용률 제고'를 위한 설계도도 그려냈다. 그는 "'고용이 복지'라는 말처럼 고용을 통한 복지가 바로 중산층 형성과 연결이 되는 것"이라면서 "빈곤층과 여성의 일자리 확충 및 서비스 산업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산층을 복원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발표한 예산안을 통해 불거진 '적자 재정'과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서는 "올바른 국가 정책은 시기적절하게 유동성을 띌 수 있어야 한다"며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에 맞게 적자 예산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한 것이고, 공약상의 숫자에만 의미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출범 이후 9개월간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정책적 결과물에 대해 당장 성적을 매기기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줄 것을 당부했다.


- 경제지표 개선에도 실물체감경기는 여전히 낮다. 국민이 경제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시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기준으로 볼 때 경제성장률 4~5%를 3년 정도 꾸준히 지속한다는 전제하에서, 고용·투자 문제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개선될 때 국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태풍이 지나간 뒤 바로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회복되는 기미는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경제 회복을 체감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3.9%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성 가능성과 실현 방안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3.9% 달성 가능성 여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다.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력 증강 △공장과 설비 확충 △노동 생산성 향상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잘 운용해야 한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생산성 향상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의 가용 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교육·관광 등 지식서비스 산업을 중점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가장 시급한 점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운영해온 기존의 방식과 틀을 바꿔 주는 것 즉,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즉,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해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앞당기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와도 연계되는 것으로, 실현된다면 앞으로 10~20년은 먹고 살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 정부와 지자체는 의료관광 산업 유치 등을 통해 서비스산업 육성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은.
"우리나라 의료·관광·교육 산업은 싱가포르, 태국, 중국 상해에조차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싱가포르는 10~15년 전부터 이미 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 착수했고, 시작 당시부터 투자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출발부터 늦기도 하거니와 제약이 많아 활성화 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4~5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상황이며 이러한 단계에서 마련한 대책이 의료관광이다.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듯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패러다임 시프트 이행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정부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국회에 갈 때마다 빈번히 막히는 게 현실이다. 해결방안은 전체를 이루기 어려우면 한 개만이라도 실현하는 것 즉, 핵심을 좁혀서 가시적 효과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병원을 어느 한군데라도 만들어놓고 고용 창출과 같은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 줘야한다."


-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25위까지 떨어졌다. 경제성장을 위한 경쟁력 회복 방안은.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데 이는 정확한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두 기관이 분리돼 IMD는 한국 국가경쟁력 평가 22위를 3년째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세계경제포럼은 작년 19위에서 올해 25위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의 효율성 및 향후 성장잠재력과 연관된 부분은 노사문제를 포함해서 제도적으로 국가간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한해 순위로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기업을 옥죄이는 사슬들을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허무는 게 우선이다."


-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의 상태는 양호한가.
"당장 외환위기가 발발할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근시적인 펀더멘털은 양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7~8년 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자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중장기적인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그다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펀더멘털도 정부가 주장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펀더멘털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원론적으로 경상수지 적자인 신흥국과 경상수지 흑자인 한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해볼 때, 양적완화를 축소해도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외 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지 예측할 수가 없어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를 비롯한 금융 시장 충격 고비를 넘어가기만 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완만한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큰 경제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대통령 공약상 재원 조달이 가능한가.
"공약 속의 재원조달이란 숫자적인 계획일 뿐이다. 작은 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도 당초 계획과 결과물은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국가 경제와 관련된 사업과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공약과 완전히 동일한 결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제대로 된 국가 정책은 시기 적절하게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나 135조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대내외 경제 모두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국가 전체 계획을 공약 그대로 지켜나가기는 어렵다. 재정이 부족한 이 시점에서 적자 예산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 지하경제를 고쳐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나 얼마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식으로 숫자에 의미를 두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1~2조의 지출을 늘리고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현재의 복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무게를 둔다면 2~3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내년도 예산안에서 유일하게 축소된 분야가 경기부양 효과가 큰 SOC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다. 내년도 예산안의 주 편성 방향은 경제활성화인데 모순되는 건 아닌가.
"경직성 예산인 국방비, 공무원 인건비, 교육부 배당 예산은 문자 그대로 고정돼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나머지 비경직성 예산은 복지와 경제밖에 없는데 복지를 늘리다 보니 경제가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복지가 1998년부터 10년간 늘어간 속도를 보면 OECD 1위다. 즉, 다른나라에서 100년에 걸쳐 이룬 것을 우리나라는 10년만에 달성한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확충하지 않고 현재의 제도만 유지해도 현재 OECD 복지 수준(20%)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점을 조화시켜 복지 예산을 조정해나갈 필요는 있다."


- 97~98년도 IMF 이후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중산층 복원방안은.
"중산층 복원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중위소득의 50%~150%까지를 중산층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65%정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빈곤층은 14.6%인데 관건은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 확충을 통해 빈곤층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한 지원을 통해 중산층 폭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또 하나는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는 방안인데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55%로 선진국에 비해 20% 정도 뒤쳐진다. 즉, 결론은 공급의 측면에서 여성 고용률을 10%로 올리면 중산층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요의 측면에서는 지식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고용이 복지다라는 말처럼 고용을 통한 복지가 바로 중산층을 만드는 것과 연결이 되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정부도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다."


-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창조경제'의 정확한 개념.
"창조경제는 세가지 키워드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창조력) △아이디어와 기술의 융·복합(응용력) △융·복합 기술의 사업화(실천력)이다. 창조력은 정보통신기술(ICT), 벤처, 문화 등 새로운 기술과 기업, 문화 등을 창출하는 것이다. 응용력은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적인 주력업종에 신기술을 융합시켜 고부가가치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부문인 실천력으로 사람과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개편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다. 기업 및 정부 지배구조, 투명성, 부패, 직접재산권 등을 아우르는 기업·정부·사회의 운영시스템을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분야야 말로 5년이 아닌 10~15년에 걸쳐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반적인 우리 경제의 수준으로 볼 때 경제의 양적인 팽창만을 통한 성장은 힘들다. 한 단계 넘어서 내면적·질적·시스템적·문화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성숙한 선진국 시민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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