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케이블 전면 교체가 결정되면서 원전 준공 시점도 최소 1년 이상 늦어지게돼 내년 전력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신고리 3호기 준공과 연계된 765kV밀양 송전탑 공사에도 비상이 걸려 원전비리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20일 한수원에 따르면 신고리 3,4호기에 불량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은 앞서 지난 5월 말 시험성적서 위조로 파문을 일으킨 업체다. 당시 제어 케이블 민간 검증업체인 세한티이피는 JS전선의 증명서를 위조하고,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 같은 JS전선의 불량 케이블이 신고리 3,4호기 말고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에 납품돼 원전 3기가 중단되면서 올 여름 초유의 전력대란에 직면했다. 문제는 신고리3,4호기의 가동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내년 여름에도 올 여름 같은 전력난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고리 3,4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140만kW로 총 280만kW에 해당된다”며 “내년 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8166만kW지만 현재 원전 비리로 중단된 원전 4기 모두 재가동되더라도 전력공급은 8220만kW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자칫 발전소 한 두 기만 고장나도 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발전소 준공 지연에 따른 피해액도 1년간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80만kW급 규모의 원전 2기가 하루 동안 발전을 하지 못하는데 드는 비용이 126억원이라는 점에서 1년간 준공이 지연되는 드는 피해액은 약 3조7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고리 3,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을 전량 교체하는데 드는 직접 비용 약 360억원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원전의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온 국민의 질타를 받아온 한수원으로서는 또 한번 국민들의 뭇매를 맞게 된 셈이다. 이는 지난 2일 공사를 재개한 밀양송전탑 건설에도 영향을 미쳐 반대 여론 양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애당초 신고리 3,4호기의 가동을 전제하에 밀양송전탑의 건설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힘겹게 주민들을 설득하며 공사를 재개한 한국전력공사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서는 명분마저 사라져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지난 달 한수원의 구원투수로 복귀한 조석 한수원 사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전문가’로 불리는 조 사장일지라도 뿌리깊은 한수원의 원전비리를 단기간 해결하기에는 의문이 든다는 시각도 분분하다.
벌써부터 이달 국정감사에서 △임직원 비리 징계건수 급증 △고위 퇴직자 대규모 관련업체 재취업 △부실·방만 경영 △한빛원전 2호기 물품 반출입 관리 허술 등 무수히 많은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조 사장은 내년 전력난을 대비했을때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행히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지난 6월말 케이블 재시험 절차를 추진하는 동시에 만약을 대비해 미국 케이블 업체 1곳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제어용 케이블 교체를 1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며 “10월 현재 해당 케이블을 제조할 수 있는 해외 업체 2곳 중 1곳이 EQ 테스트(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품목 검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양 송전선로 공사와 관련해서는 현행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1년 내 케이블 교체 가정 시, 통상적으로 원전 시운전 전에 송전선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밀양 송전선로 건설 공기가 빠듯한 상황”이라며 “신고리 원전 전력 수송을 위해 다른 대안이 없고 8년 이상 지속된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조속한 공사 완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불량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에 대해서 산업부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등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