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직원 충성도 올리기 비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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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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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ㆍ윤태구ㆍ이재영ㆍ이혜림 기자 = 10월 중순 효성그룹 안양 연수원. 수입차 벤츠 딜러 계열사인 더클래스 효성의 직원 수십명은 사내 교육을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효성 안양공장 내부의 연수원으로 분주하게 모여 들었다.
 
일찍 도착한 직원들은 삼삼오오 회사 근황 등을 전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청주서비스센터에서 올라온 한 직원은 지난밤 4시간 밖에 잠을 청하지 못한 탓에 졸린 눈을 비비며 커피로 잠을 쫓고 있었다.
 
이날 직원 교육은 여느 때와 달리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이할 만한 것은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9시간 동안 계속된 강의 가운데 대부분을 회사의 핵심 가치 체계인‘효성 웨이’를 업무현장에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신입사업의 업무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OJT(On the Job Training)교육도 아니고, 이날 참가한 직원들은 현장에서 차 판매를 담당하는 경력직 영업직원이었기 때문에 의아함을 자아냈다.
 
강남 매장에서 참여한 직원은 "신입때도 접하지 못했던 효성그룹의 창업정신과 인재상, 경영철학,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 흥미로왔다"면서도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나 최신 마케팅 기법을 기대했는데 프로그램이 전혀 딴판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고참 직원은 "검찰이 효성그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생길 수 있는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고객과의 접점에서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교육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타이어코드지와 스판덱스, ATM기사업 등 핵심 사업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전자재료와 스마트그리드, 차세대 전력 시스템 등이 소개됐다.
 
한 교육 강사는 주요 신문의 관련 사설을 직접 제시하며 "최근 효성에 대한 검찰 수사는 동양과 CJ때와는 전혀 다르다. 이미 우린 앞선 정권서 문제 제기된 부분에 대해 성실하고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펼쳐왔다. 절대 일희일비 하지말자"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사정당국의 잇단 수사에 재계가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직원의 '충성도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 불황에 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는 데다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면서 기업들은 직원의 마음을 잡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신설한 사내 온라인 익명게시판 '삼성전자 라이브' 를 통해 내부 커뮤니케니션 강화에 나섰다. 회사의 복리후생과 관련, 건의사항 수렴은 물론 불산사태 등 회사에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는 취지다.
 
협력사 끌어안기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내년 초부터 35개 협력업체 직원 400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이 협력업체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이 직접 협력사 사업장을 찾아가 소통하는 '동반성장데이', '소통의 장' 등의 프로그램도 반응이 상당히 좋다.
 
LG전자는 업무 시간 보다 효율성에 무게를 두고 임직원들이 일과 가정생활에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LG전자 서울 본사의 경우 매월 월급날인 25일 오후 6시가 되면 퇴근 시간을 알리는 사내 방송을 내보낸다. 여기에는 정시에 퇴근해 가족과 외식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사업본부별로 가정의 날을 지정해 그날만큼은 모든 임직원이 오후 5~6시 사이에 반드시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19개 해외 판매법인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린 130여명을 초대해 '글로벌 베스트 프로모터 어워드'를 개최하는 등 해외 임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일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생산직 직원들의 여가선용을 위해 각 공장별로 콘서트를 비롯해 영화, 뮤지컬 등 가족 참여 페스티벌과 교양·인문학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한달 매일 아침 자체 방송을 통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철학과 일에 대한 열정 등의 메시지를 3만5000여명 임직원들에게 소개해 인생과 직장 선배로써의 경험과 교훈 등을 전달했다. 계열사별로 CEO와 직원간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직원들끼리 칭찬 릴레이를 펼치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직원 기살리기'에 직접 나선 이유는 대내외 불안한 경제상황과 사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KT는 직원가족 캠프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KT는 직원자녀를 위한 '올레 직원자녀 캠프'를 전남 장성에서 2차례에 걸쳐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행사에 참여한 직원자녀들은 KT직장체험, 비빔밥 만들기, 영화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가족 간의 화합을 다졌다.  KT는 11월에도 청강문화산업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가족캠프를 이어갈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진들의 스킨십 경영은 결국 기업은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산다는 의식에서 출발한다"며 "회사 사정을 제대로 알리는 직원들과의 간담회 등 방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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