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효성과 제일모직이 화학소재분야 글로벌 선두인 듀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4일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 상용화를 발표해 화제가 된 효성은 천연섬유에서 인조섬유로 세계 시장을 바꿨던 1983년 듀폰의 나일론 개발 만큼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앞으로 폴리케톤이 겨냥하는 시장도 나일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효성은 폴리케톤이 나일론 대비 충격강도가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효성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나일론은 섬유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상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소재로 자동차나 전자제품 부품에 훨씬 많이 쓰인다”며 “폴리케톤 품질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군의 최상위층으로, 향후 나일론 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효성은 1981년 나일론-6를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987년에는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 등과 합작해 한국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IMF가 닥치면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을 매각, 구조조정에 성공하나 이후 10여년 간 이 사업에서 멀어졌다.
평소 소재산업에 애착을 보여왔던 조석래 효성 회장은 “효성바스프 등 우량계열사를 매각한 뒤 솔직히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에 조 회장은 “현재 세상에 나와 있지 않은 전혀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할 것”을 연구소에 지시했고 10여년간 연구 끝에 폴리케톤 상용화에 성공했다.
제일모직은 ‘세계 1위 소재 기업’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듀폰을 언급했던 발언이 주목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십여년 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제일모직을 듀폰만큼 키우라’고 지시했었다”며 “그때부터 소재사업을 조금씩 확장해온 제일모직이 최근 패션사업을 양도하고 소재사업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역시 폴리카보네이트를 위시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에 적극 투자해왔다. 2008년 폴리카보네이트 중합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지난해 공장 증설을 완료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광둥성 둥관에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추가 공장을 짓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요의 잠재력이 높은 중국에 대단위 생산 기지를 구축해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양도하는 것은 삼성가 후계구도와 맞물린 해석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양도 후 1조5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될 제일모직의 소재사업 행보 역시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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