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사외이사 소속 비영리법인 기부금 지원 현황.[자료=전국은행연합회]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외이사가 몸담고 있는 단체에 기부금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7개 시중은행 중 현직 사외이사 최초 선임 이후 소속 비영리법인 등에 기부금을 지원한 은행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4곳이었다.
이들 은행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여간 각 사외이사 소속 법인이나 단체에 전달한 기부금은 14억6800만원(14건)에 달했다.
특정 은행의 경우 영업상의 목적으로 비영리법인에 제공한 기부금을 관련 내역에서 제외해 실제 사외이사 소속 단체에 지원된 기부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부금이 가장 많은 곳은 씨티은행으로 총 6차례에 걸쳐 7억5300만원을 사외이사 본인과 배우자 재직 대학에 지원했다.
나머지 은행의 기부금은 하나은행 5억원(1건), 우리은행 1억7000만원(5건), 국민은행 4500만원(2건) 순이었다.
특히 하나은행과 씨티은행은 해당 사외이사 선임 전에는 지원하지 않았던 기부금을 신규 출연했으며, 우리은행은 사외이사 선임 후 기부금을 증액했다.
씨티은행은 2010~2013년 김성은 이사가 교수로 재직 중인 경희대에 7억원(4건), 2012~2013년 한상만 이사의 배우자가 소속된 이화여대에 5300만원(2건)을 기부했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이들 사외이사 선임 전 기부 내역이 공시되지 않았을 뿐 이미 예전부터 경희대와 이화여대 기부금을 지원해왔다는 입장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이화여대 ‘글로벌 금융아카데미’는 2001년부터, 경희대 ‘비정부기구 인턴십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순수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은행연합회의 ‘은행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도 게시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박철순 이사가 재직 중인 서울대에 5억원(1건)을 지원해 건당 평균 금액으로는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김정식 이사가 선임되기 전인 2010~2011년 연세대,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경제학회에 9600만원(5건)을 기부했으나, 선임 후인 2012~2013년에는 금액을 1억7000만원(5건)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기부금은 늘었지만 지원 건수는 같아 기부 1건당 평균 금액은 192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1480만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선임 전에 비해 기부금이 줄었으며 신한은행, 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나머지 3개 은행은 관련 기부 내역이 없었다.
국민은행은 김인준 이사 선임 전인 2008~2010년 본인이 소속된 서울대와 한국경제학회, 배우자가 소속된 이화여대에 총 12억6490만원(11건)을 지원했다.
반면 선임 후에는 2010~2011년 4500만원을 지원해 기부금이 3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부 시중은행이 사외이사 선임 전후 특정 단체에 대한 기부 규모를 늘린데 대해 기부금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전에는 전혀 지원하지 않았던 단체에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한 점은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소속된 단체에 기부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순수한 기부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면서도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외이사가 회사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부금 집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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