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배 전 KLPGA 경기위원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경기위원회의 개념을 확립하고 규칙 해석, 경기 진행 등을 세계화·조직화했다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18년전 KLPGA투어의 경기위원으로 시작해 부위원장 위원장 고문 등을 거치며 올 상반기까지 경기 진행을 총괄한 김광배(74) 전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선수나 그들의 부모에게서 원망도 많이 들었다. 경기위원장직을 내놓고 한 발 물러선 그는 “힘들기도 했지만 오늘의 KLPGA투어를 있게 하는데 자그마한 주춧돌을 놓았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KLPGA투어는 미국·일본·유럽 LPGA투어와 비교해도 규모나 선수들의 기량면에서 손색이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플레이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대회 때 한 라운드를 마치는데 5시간은 기본이고 5시간30분까지 걸리기도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선수들이 규칙을 잘 모르는 점도 원인이다.
김 위원장은 “선수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경기위원을 부르는 일이 잦습니다. 볼이 카트도로에 멈췄을 때, 언플레이어블 볼이나 해저드 처리를 할 때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체되게 마련이죠. 외국선수와 동반플레이라도 할라치면 외국선수들 표정에서 ‘그것도 몰라 경기위원을 부르느냐?’는 기색이 역력합니다.”라고 지적한다. 요컨대 우리 선수들은 기량 향상에 몰두한 나머지 규칙 공부는 소홀히 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느릿느릿한 플레이에 익숙해지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에 진출한 뒤에는 통과의례처럼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받는다. K P 등 내로라하는 프로들도 미국 진출 초기에 플레이가 늦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았다.
“미국이나 일본 투어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은 국내에서 플레이를 빠르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영어나 일어를 미리미리 습득해두어야 합니다. 라운드 때 꾸물거리면 벌타 위험에 처하고 경기위원이 다가와 시계를 들이대면 플레이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현지어를 어느정도 구사할 수 있어야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말이 안 통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또다른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지요. 유소연 선수는 미리 영어를 익혀 미국 무대 적응이 빠르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는 시청자나 갤러리들이 선수들의 규칙위반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상대적으로 규칙 개념이 느슨한 우리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규칙위반을 하고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적당히 넘어가면 큰 선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골프 규칙은 영국과 미국골프협회의 주도아래 4년마다 수정보완된다. 규칙에 반영할 수 없는 것들은 재정(판례)집에서 보충한다. 규칙은 28조로 돼있고 재정은 2000∼3000항에 이른다. 그런데도 규칙이 복잡하고 모순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골프규칙은 조항마다 그럴만한 이유과 근거가 있는, 아주 합리적인 장치입니다. 규칙과 재정에 나와 있지 않은 것들을 판정하기 위해서 경기위원이라는 제도가 있고요. 다만, 모호한 조항은 해석에 혼선을 줄 수도 있으므로 개선돼야 하겠지요.”
그는 규칙 14-2b(볼 뒤에 캐디나 파트너를 세워두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그런 행위를 하면 2벌타가 주어지나 예외조항에서는 ‘우연히’ 서있는 경우는 벌이 없다고 돼있다. 이 때 ‘우연히’라는 말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대회에서 매 라운드 깃대 위치를 정하는 것도 경기위원회 몫이다. 아무렇게나 홀을 뚫지 않는다. “보통 세 홀 단위로 변화를 줍니다. 그린의 앞·가운데·뒤쪽, 깃대 위치에 따른 저·중·고 난도 등을 감안합니다. 홀이 길어 우드나 롱·미드 아이언으로 공략해야 할 경우 홀은 그린 뒤쪽에, 홀이 짧아 쇼트 아이언을 쓸 수 있는 홀은 그린 앞쪽에 깃대를 박지요. 특정홀이 밀리면 그 홀 깃대 위치는 쉬운 곳에, 그 전 홀 깃대 위치는 어려운 곳에 정하는 것도 경기위원들의 노하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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