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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감도는 명동, 수 백명 노숙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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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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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15일 새벽 6시. 서울 중구 명동 H&M 눈스퀘어점 앞은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이곳에는 20∼30대 젊은 남녀 수백 여 명이 줄지어 않아 있었다. 이들은 두터운 패딩잠바와 털장갑, 털모자 등으로 무장하고 냉기가 올라오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신문지ㆍ박스ㆍ돗자리 등을 깔고 눈을 붙이고 있었다. 스웨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H&M과 이자벨마랑의 협업 한정판 제품을 사려고 모인 사람들이다. 

선두그룹에 속한 김모(29)씨는 "전일 새벽 6시부터 기다리기 시작해 꼬박 26시간을 명동에서 보냈다"며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노숙도 상관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M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엔 이날 새벽 3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비슷한 시각, 2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새벽 7시 30분. 명동 매장 앞 대기인원이 500명으로 늘었다. 무릎에 이불을 두르고 제자리 뛰기를 하는 사람부터 게임을 하며 지루함을 견디는 사람, 아예 캠핑용 간이 의자와 난로를 꺼내놓은 이들도 등장했다.

곳곳에선 자리 선점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져 경호원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오전 장사채비를 하러 나온 이 일대 상인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H&M 관계자는 "매장 오픈이 8시부터인데 이미 500명을 넘어섰다"며 이는 "지난해 진행했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컬렉션보다 두 배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H&M 직원들도 이날 새벽부터 출근해 밤새 줄을 선 고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도너츠를 나눠주고 입장 순서를 정했다. 매장 개점시간인 오전 8시가 되자 협업 제품을 판매하는 전국 5개 매장 앞 대기인원은 1800여명을 돌파했다.

30명씩 한 그룹을 이뤄 들어가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쇼핑시간은 단 10분. 26시간 노숙의 결과가 10분 내 갈리는 형국이다. 

◆ 이자벨마랑이 뭐길래?
H&M은 지난 2004년부터 SPA브랜드 최초로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샤넬을 시작으로 랑방ㆍ베르사체ㆍ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매년 협업했다. 1년에 1~2번 출시되는 제품은 대게 판매 첫날 품절되는데, 이번에도 니트 카디건ㆍ울코트 등 일부 아이템은 판매시작 3~4시간 만에 동났다. 

이번 H&M과 함께한 이자벨마랑은 1994년 탄생한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로 한국은 물론 유럽ㆍ미국ㆍ일본 등 전 세계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탓에 전 세계 2600개 매장 가운데 250곳에서만 공개됐다. 한국에서는 H&M 명동 눈스퀘어점, 압구정점, 인천 신세계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신세계 충청점 등 5곳에서만 판매됐다.

주요 상품은 재킷ㆍ오버사이즈 코트ㆍ부츠ㆍ액세서리 등이다. 특히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이자벨마랑에 없던 남성복컬렉션이 추가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상품 공개 전부터 남성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올해에는 밤샘 대기행렬에 동참한 남성고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H&M측은 "전체고객의 25% 이상이 남성"이라고 했다. 

상품 가격대는 티셔츠ㆍ원피스 10만~20만원, 신발 6만~30만원, 코트 및 재킷이 30만~50만원선이다. 남성과 아동용 제품도 20만원 안팎. 가장 비싼 제품도 50만원을 넘지않는다. 이자벨마랑의 제품이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노숙알바에 콜(?)테크 등장
H&M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명품브랜드를 합리적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만난 김모(32)씨는 "이번 제품은 기존에 H&M이 선보였던 다른 명품 컬렉션과 달리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매우 많다"며 "유명디자이너의 제품을 9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노숙알바도 등장했다. 안모(25)씨는 "선착순 50명안에 들면 10만원, 100명 안에 들면 5만원을 받기로 했다"며 "선두권에 들기 위해 어제 10시부터 매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정판 제품은 소장가치도 높아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도 많다.

매해 협업제품을 수집한다는 박모(45)씨는 "명품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경우 오픈 당일이 아니면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르는게 값"이라며 "몇가지 제품은 지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재판매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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