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쥔 국세청, 대기업 현금 거래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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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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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그룹 99개 계열사 올해 1분기까지 147조 현금 보유 '들어간돈 안나와'

  • 계열사 내부거래는 93조 현금 결제, 하도급 업체엔 40.7%만 현금 지급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제조업으로 유명한 대기업 A사는 올해 초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외국에 소득을 숨기고 법인세와 양도세 등을 포탈한 점이 국세청에 적발돼 수천억원을 추징당한 뒤 고발조치됐다.

이 기업은 해외 현지법인 이름으로 수천만 달러를 차입하고 1990년대 중반에 설립한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에 자금을 대여했다. 

이후 대여한 금액을 매출채권으로 위장한 뒤 '회수불능' 사유로 대손처리하는 수법으로 대여자금을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했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은닉한 자금을 이용해 국내 상장주식을 취득하고 나서 장기간 보유하면서 매각하는 방식으로 거래한 것이다.

대기업 A사와 페이퍼컴퍼니는 이렇게 얻은 양도차익 수백억원을 해외에 은닉하며 법인세와 양도세를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이 14일부터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조세탈루 조사와 징수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의 국내외 현금거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은 올 1분기 투자를 크게 줄이고 현금성 자산을 내부에 쌓아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10대 그룹 계열사에서 더욱 심각하다.

10대 그룹 99개 계열사의 올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9% 늘었지만, 투자액은 1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7% 줄었다. 

이렇게 대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지난해 계열사와 내부거래액 170조6600억원 가운데 93조원을 현금결제했다. 

계열사에는 절반이 넘는 54.5%를 현금으로 주면서 하도급 업체에 대한 현금결제 비율은 지난해 40.7%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사실은 국세청이 '대기업들의 현금거래 회계 투명성을 들여다 보겠다'고 대상을 직접 지목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훨씬 강도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5월 말부터 효성그룹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 데 이어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CJ그룹과 롯데쇼핑, 9월에는 포스코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CJ그룹의 계열사인 CJ E&M에도 조사관을 보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 여건 등을 고려해 세무조사 자체는 작년보다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 분야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엄정하게 조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세청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의 세무조사 강도가 달라지면 납세자들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서 "세무조사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하면 되는데 정치적으로 악용되면 곤란하다. 운이나 로비에 의해 세금 추징이 결정되면 누가 성실하게 세금을 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대기업 회계 투명성 차원에서 국세청이 FIU법을 획득하고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정당한 방향성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FIU법을 적용하면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한 시비가 있을 수 있는데 국세청은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FIU로 대기업들의 현금 흐름을 체크하는 것은 원래 내야 할 세금을 추적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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