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 지난 유제품 강제 밀어내기 '모범기준 제정'

유제품 업체 짧은 유통기한 제품 떠넘기면 안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고시 제정도 검토 중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앞으로 유제품 업체가 대리점을 상대로 짧은 유통기한의 제품을 떠넘기거나 판매 부진 비인기 제품을 강제 공급하면 안 된다. 다만 멸균우유·치즈·버터·분유 등 가공품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제품 업체가 대리점에게 거래상지위 남용을 저지르는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한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7월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불공정 횡포에 대해 과징금 124억원 및 검찰 고발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모범거래기준도 유제품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바람직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나온 것이다.

남양유업에 대한 1회성 제재만으로는 유제품 업계의 잘못된 관행 개선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모범거래기준 주요 내용에는 대리점 제품 인도시점에 유통기간 50% 이상 경과 등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강제 할당·공급하면 안 된다.

또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제품, 판매가 부진한 비인기 제품, 신제품 등을 강제로 할당·공급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단 멸균우유·치즈·버터·생크림·분유 등 유통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이 넘는 등 잔여 유통기간의 50% 이상이 경과했어도 정상적인 판매가 가능한 경우 예외다.

아울러 대리점이 내부 주문시스템 등에 입력한 주문내역에서 제품의 종류, 수량 등을 임의로 변경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직접 주문을 변경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대리점의 동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

특히 주문내역을 변경할 경우에는 변경주체·일시·사유 등을 기록으로 남기고 관련서류 등은 5년간 보존해야 한다. 대리점이 관련정보 또는 서류의 열람, 등사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응해야한다.

아울러 대금결제방식에 대한 강요도 금지된다. 대금결제 시 대리점이 판매전용카드 등의 결제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리점은 주문량·공급량, 대금산정 근거 등을 확인·승인할 수 있으며 이 후 대금지급이 이뤄지도록 개선했다.

판촉활동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유제품 업체는 판촉행사를 명목으로 대리점에게 판촉비용을 강제하면 안 된다.

더불어 유제품 업체는 유통업체 판촉사원의 채용·관리를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대리점에게 인건비 등 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한 처사다.

하지만 통상적인 거래관행의 범위 내 상호협의 하에는 문서를 통해 판촉활동 대상제품, 소요 예상비용규모, 비용 분담비율이나 액수 등을 명기하면 가능하다.

이 밖에도 부당한 임대물품 변상을 금지하고 대리점의 거래처, 거래내역, 매출내역, 자금출납내역 등 사업상 비밀 자료 등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김준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제품의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한 밀어내기 가능성이 상존하고 대리점은 영세해 유제품 시장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언제든지 재발할 개연성이 크다”며 “모범거래기준은 공정거래법 위반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자들의 자율 준수를 유도하는 권고적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유제품 업체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치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고시 제정 추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