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 2라운드 때의 일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15번홀(파5)에서 그린을 노린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진 바람에 1벌타를 받고 연못 뒤에서 드롭했다. 그 광경을 지켜본 한 시청자가 경기위원회에 “우즈가 드롭을 잘못했다”고 제보했고 경기위원회는 우즈의 확인을 거쳐 우즈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지난 9월 미국PGA투어 BMW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도 우즈는 규칙 분쟁에 휘말렸다. 숲속에서 볼 옆에 있던 나뭇가지(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우다가 볼을 움직였는데도 그대로 쳤다는 것이 제3자의 제보 내용이었다. 우즈는 “볼이 그 자리에서 진동만 했을뿐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경기위원회에서는 비디오 판독을 거쳐 우즈에게 2벌타를 주었다.
지난달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4라운드에서는 김형태가 TV를 보던 시청자 제보로 다잡았던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13번홀(파3) 워터해저드에 멈춘 볼을 치기 전에 클럽헤드를 지면에 댄 장면이 방영되면서 발단이 됐다. 선두를 달리던 김형태는 2벌타를 받고 1타차로 2위를 기록했다. 대한골프협회는 이 사례를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김형태 뿐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시청자나 갤러리 TV카메라에 의해 제보된 증거 때문에 페널티를 받았다. 경기위원회로서는 제보가 들어온 이상 조사하지 않을 수 없고, 문제가 될 당시의 녹화테입을 근거로 페널티 유무를 정할 수밖에 없다. 우즈는 특히 BMW챔피언십 이후 팀 핀첨 미국PGA투어 커미셔너에게 “시청자나 갤러리, 또는 제3자가 제보해온 내용을 근거로 선수들의 페널티 유무를 판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니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핀첨은 “어렵고도 곤란한 성격을 지닌 문제다. 더 연구해보겠다.”고 응답했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났다. 핀첨의 요구를 받았는지, 우즈가 관계된 사안이어서 그랬는지 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19일 오후 10시30분(한국시간) 이 문제에 관한 공동발표를 한다고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보도했다. 문제가 된 사안을 그대로 둘 경우 미PGA투어에서 골프규칙에 반하는 내용을 자체 로컬룰로 삼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법하다.
원래 골프규칙은 4년마다 수정·보완된다. 현재 적용되는 규칙은 2102∼2015년에 유효하다. 도중에 규칙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면 USGA와 R&A는 2년마다 ‘골프규칙 재정’에 반영한다. 규칙에 나와있지 않은 구체적이고도 특정한 상황에 대해 판례 형식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될 사안은 ‘시청자·갤러리 등 제3자의 요구에 의해 채택된 비디오 증거물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구가 공동발표하는 형식으로 볼 때 앞으로는 그 증거물을 100%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경기위원회에서 그 증거물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경우 해당 선수에게 페널티를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제보의 신빙성과 제보자의 신분, 제보 시간, 선수들의 의견 등을 감안해 경기위원회가 채택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새 재정이 마련되면 2014년 1월1일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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