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그룹 오너 등기이사 사임 진짜 책임경영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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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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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그룹 오너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일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을 시작으로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사임했다. 앞서 박 부회장은 지난 8월 이랜드파크 등기이사에서 내려온 바 있다.

그룹 총수가 등기이사를 사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두 축인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에서 물러났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이사직만 유지한 채 대표 자리는 내려놨다. 오너는 아니지만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역시 퇴임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그룹 측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특히 올해 들어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처벌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러한 시각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오너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오너가 직책에 상관없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큰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즉 오너가 한 결정으로 인해 등기이사 CEO가 책임지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등기이사는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법적인 지위와 책임을 갖는 자리다. 이에 경영상의 책임은 표면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의 최고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지어지게 된다. 

따라서 등기이사에 올라 있지 않은 오너들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다. 실질적인 의사결정의 책임자임에도 말이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면서 오너들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이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내년 시행될 예정인 등기이사의 연봉 공개가 오너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그룹 회장들의 등기이사 사임이 진정으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강화가 될지, 아니면 빛 좋은 개살구로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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