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경찰아저씨! 저 할아버지 얼른 잡아가세요!"
생명꿈나무돌봄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인형극이 진행되던 날, 아이들은 나쁜 할아버지를 잡아가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 질렀다. 이들 중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떨고 있던 아이는 바로 A(10)양이다.
태국인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A양은 친할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돌볼 수 없었던 A양의 어머니는 시아버지에게 아이들을 맡겼으나, A양은 그 이후부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뒤 할아버지는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A양은 치유받지 못한 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지내왔다. 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목욕데이'를 통해 아이들을 씻겨주지만, A양은 유난히 보육사들의 손길을 거부했다.
이후 A양은 센터의 성교육 및 미술치료, 인형극 치료 등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센터 관계자는 "입을 꽉 다물었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동생들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함께 어울리는 등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가 모든 상처를 치유해줄 수는 없으나, 작은 소리에 귀기울여 주고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의 마음을 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보육사각지대해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생명꿈나무돌봄센터를 운영중이다. 최근 대도시 중심으로 어린이집이 확대되면서, 중소도시나 농산어촌 등의 보육 및 양육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농어촌에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들어서기 힘든데다, 민간어린이집도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립을 꺼린다.
이에 A양과 같이 다문화가정이면서 저소득층인 아이들은 농촌에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재단은 이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9026명의 아이들에게 약 36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제천시 화산과 덕산, 하남시 덕풍, 파주시 조리읍, 동해시 발한 등 5곳에 센터를 열어 아이들의 교육을 도맡고 있다.
생명꿈나무돌봄센터는 만 3~7세 아동이 이용가능하며, 이용 아동의 형제인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이용 가능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지역적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센터를 운영하며, 저소득·다문화·한부모·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우선적으로 선발된다. 전국 가구 평균소득 이하의 가정이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실제로 현재까지 저소득가정(43%), 다문화가정(29.4%), 한부모가정(12.5%), 맞벌이가정(8.4%), 다자녀가정 (3.9%), 조손가정(2.9%) 등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폭력적 성향을 지녔던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지닌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따뜻함으로 치유하고 넉넉한 사랑을 베풀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초기에 상처를 갖고 들어온 아이들이 센터에서 다양한 교육을 통해 밝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보육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저소득·다문화가정 등에 단비와도 같은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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