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들이 지난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며 젊은 날의 추억을 되살리고 걸죽한 사투리를 들으며 바쁜 이민생활 때문에 오랫 동안 가 보지 못한 고향을 떠 올리기도 한다.
한류 열풍이 미국에서도 거세게 불어 닥치면서 한인 교포뿐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한국 드라마를 많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웹사이트로 훌루(www.hulu.com)가 있는데 이 사이트에는 미국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 외에도 아예 한국 드라마만 볼 수 있도로 하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훌루 뿐만 아니라 여러 미국 웹사이트들에서도 앞다퉈 한국 드라마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 방송 콘텐츠가 미국 문화 속에 깊숙히 들어가 있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런데 미국에서 한국 방송을 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역마다 있는 케이블 방송사가 한인들을 위해 한국의 주요 채널들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3∼4개 정도의 채널을 보기 위해 추가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한국 방송을 특히 많이 시청하는 한인 교포들은 대부분 노인층이다.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노인들 입장에서 추가로 돈을 내고 한국 방송을 보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여름 워싱턴DC 수도권 지역에서는 한 인터넷 한국 방송 서비스업체가 지역 신문과 함께 무료 한국 방송 서소비 판촉 행사를 한 적이 있다.
신규 구독자에 한해 인터넷을 통한 한국 방송 시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벤트였는데 노인층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한인 교포들의 문의와 신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 방송사와 제휴해 콘텐츠를 제공한다던 서비스는 곧 문을 닫았고 한인 사회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업체 측은 한국 방송사와의 계약 문제로 서비스가 불가하다고 시청자들에게 통보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한국 방송을 보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눈과 귀로 고향의 냄새를 맡으려던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의 상실감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
서비스 중단은 어르신들의 눈에는 회사의 수익만을 생각한 한국 방송사들의 횡포로 받아들여졌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더욱 커지게 됐다.
현재 미주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역 케이블이나 위성 방송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방법과 셋톱박스를 대여받아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볼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이 있다.
하지만 이용료는 갈수록 인상되고 있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처음에는 기본 요금만 내면 한국 방송을 마음대로 볼 수 있던 것이 지금은 편당 요금을 정해 놓고 한국과 비슷한 시간에 시청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상된 기본 요금 외에도 추가 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문화 시장의 발달로 각종 저작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콘텐츠를 무단으로 배포하고 방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고향을 그리워 하며 이억만리 외국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콘텐츠 제공 방법은 없는지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지금도 미국 땅 어딘가에서는 손주들을 시켜 불법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라도 한국 방송을 보려는 어르신들에게 고향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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