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의 '응답하라 1994' vs '미스코리아'…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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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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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M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와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전혀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응사'가 1997년도 추억과 향수를 그리워한다면 '미스코리아'는 암울한 당시 상황과 사회를 쓰라리게 표현한다.

'응사'는 1994년을 배경으로 지방 사람들의 눈물겨운 상경기와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담은 드라마다.

성나정(고아라)은 농구선수들을 보기 위해 연세대로 진학할 정도로 농구 열혈팬. 농구코트를 향해 "오빠~ 다슬이 왔어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팬들 사이를 지나가는 선수 이상민을 붙잡고 자신의 손수건을 건넨다. 이상민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싶은 나정은 합숙훈련소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것도 불사한다.

반면 조윤진(도희)은 서태지의 열혈팬이다. 낯가림이 심해 평소에는 방에서만 지내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지만 서태지 공연장에만 가면 주위 관객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관객석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열혈 마니아다. 남자친구 삼천포(김성균) 앞에서도 서태지 사랑은 멈출줄 모른다. 삼천포는 조윤진 방 벽에 붙어있던 서태지 브로마이드를 향해 "내가 형님한테 잘못한 거 있어요?"라고 화를 낼 정도니 말이다.

쓰레기(정우)와 나정, 칠봉이(유연석)의 풋풋한 삼각관계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이들의 삼각관계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앞서 삼풍백화점의 붕괴, IMF로 인한 나정의 합격 취소, 성동일(성동일)의 시티폰 투자실패는 가슴 저릿한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응사'의 핵심축이라기보다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이를 통해 위로를 하며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응사'가 그린 1997년은 정(情)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이지만 이런 요소들이 모여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응사'와 달리 '미스코리아'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은 절박하다. IMF가 터질 당시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인물들은 스스로 자기네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김형준(이선균)은 친구들과 의욕적으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지만 빚에 시달리고 결국 조폭들이 사업장을 뒤집어 엎는다. 그리고 회사를 살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오지영(이연희)이 미스코리아 진 왕관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형준의 돈을 받는 정선생(이성민)의 상황이 좋은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형준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정선생은 희망 없는 인생에 대해 한숨만 푹푹 쉴 뿐이다.

올라가면 내려오고, 또다시 올라가면 내려오는 조그마한 엘리베이터에 갇혀 사는 엘리베이터 걸 오지영은 이름만 좋은 희망퇴직을 제안받았다.

어찌보면 씁쓸하고 쓸쓸한 이들의 인생은 지영을 미스코리아로 만들기 위한 목표로 하나가 된다.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미스코리아가 신기루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응답하라 1994'가 당시의 추억을 곱씹으며 행복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면 '미스코리아'는 1997년 겨울의 차디찬 바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2013년 마지막을 며칠 앞둔 지금, 두 드라마 모두가 시청자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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