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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로 구속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로써 한화와 LIG그룹의 경영 정상화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3년 5개월여만에 자유의 몸이 된 김 회장은 옥중 생활 동안 건강이 악화돼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비록 석방이 됐지만 빠른 시일 안에 건강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석방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날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회사 내외부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끝내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오너부재 상태에서 지난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왔던 한화그룹은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회장의 상징성이 큰 한화그룹은 그의 공백이 뼈아팠다. 한화로선 최근 추진한 인수·합병(M&A)이 대부분 성사되지 못했고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에서도 신규 수주가 없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회장이 직접 발주초기 단계부터 수 차례 현장을 오가며 단일 해외건설공사 중 역대 최대인 8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시공권에 이은 중동지역 건설 수주는 물론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며 주도권을 잡아가던 태양광 사업 등이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아무리 전문경영인 체제로 그룹이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룹의 미래를 결정지을 대규모 투자에 있어서는 김 회장이 없이는 불가능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해외 고객사와 사업 파트너 모두 김 회장이라는 존재의 중요성 때문에 한화그룹과 손을 잡고 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많았다”며, “김 회장의 복귀가 이뤄지면 대규모 투자 결정 등이 가능해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LIG그룹은 구 회장의 석방을 기뻐하면서도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자원 전 LIG건설 부사장이 각각 징역형을 받은 데 대해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다. 특히 구자원 전 부사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아 그룹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LIG손해보험 매각을 통해 LIG건설 기업어음(CP) 사건 피해자들에게 손해액을 전액 배상하는 등 뒤늦게 나마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오너 일가의 석방을 추진했으나 결국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말았다.
이에 LIG그룹은 선고 결과를 접한 뒤 당초 예정했던 그룹 공식입장을 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LIG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며 비상경영을 펼쳐왔기 때문에 회사가 흔들리지는 않고 있다”며, “어쨌건 구 회장이 석방됐으니 경영일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진행중인 LIG손해보험 매각 작업과 남은 계열사들을 추스르며 다시 새출발하는 작업에 많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날 김 회장과 구 회장의 석방과 관련해 지난해까지 재계를 압박해 온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회장 이외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많은 기업인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현장에서 경제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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